전경련은 지난 2월 "법에 의하지 않은 불투명한 정치자금은 제공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부당한 정치자금과의 단절을 선언한 것이다. 나아가 정치권을 향해 '돈 안드는 정치문화 정착'과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에 앞장설 것을 주문했다. 10년 전인 지난 92년 유창순 당시 전경련 회장은 "경제단체에서 돈을 모으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93년엔 고 최종현 전 전경련회장이 "비공식적인 정치자금을 거두지 않겠다"고 의지를 다진 바 있다. 그러나 올 양대선거를 앞둔 재계의 의지는 예전과 다르다. 전경련이 조직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정기총회에서 '정치자금 독립선언'을 구체화한 것이다. 부당한 정치자금을 둘러싼 정치권과 재계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차단해 보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정치자금 모금으로 생길수 있는 국민경제의 주름살을 제거하고,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의해 왜곡돼 경제회복이 늦춰져선 안된다는 점을 호소한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도 전경련의 선언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기업이 부당한 정치자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게 진념 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의 공식 입장이다. 일본도 10년 전부터 이런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93년 히라이와 당시 게이단렌회장은 "94년부터 정치자금 알선을 폐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기업헌금을 일원화하기 위해 지난 55년 설립한 '경제재건간담회' 이래 처음 있었던 일로 정.관계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게이단렌이 이같은 결심을 하기까지 언론도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당시 아사히 신문 등은 '기업헌금 명분상실' '게이단렌 헌금폐지 결정할 때' 등 일련의 기업헌금 '성악론' 캠페인을 전개할 정도였다. 와다 게이단렌 사무총장은 "지금은 관료의 힘이 줄어들었고, 정치권이 정책적 자문을 구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정치헌금 폐지는 성공작"이라고 평가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