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자본, 시장에 의한 투명한 분배를" ] 주인기 <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 1999년에 국제투명성위원회가 조사한 부패지수를 보면 조사대상이 된 99개국 중에서 우리나라는 50위에 머물러 조사대상국가들 가운데 중간쯤에 있다. 국가경쟁력과 부패비리는 역의 관계가 있다고 할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하여는 반드시 부패비리를 없애야 한다. 경제가 민주화되고 시장경제가 자본시장에 도입되면, 부패비리는 없어지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부패비리에 대하여 시장에서 냉정한 벌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는 산업정책의 명목으로 자본시장을 지배하는 일을 자제하여야 한다. 다만 자본시장에서 시장의 원리에 의하여 자원이 배분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의무만 성실히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자본시장의 환경 조성을 위하여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첫째, 기업들이 재무상태와 경영성적에 대하여 투명하게 자본시장에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의 불투명한 공시관행에 대하여는 엄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투명 공시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둘째로 시장에 의하여 제재를 받는 기업에 대하여는 그 기업이 아무리 국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지라도 냉정하게 시장의 제재를 받아들인다는 자세를 견지하여야 한다. 국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구실로 경제문제에 정치논리가 적용되지 않도록 엄정한 중립적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셋째로는 금융기관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는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국제적으로 유능한 금융 인재를 과감히 영입하여야 한다. 이들을 통하여 우리나라는 금융기관의 국제경쟁력을 갖는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효율적으로 배우게 될 것이다. 자본시장이 시장원리에 의하여 운영되고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적어도 경제부문에서의 부패비리는 최소화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부패비리가 모두에게 해가 되며 이를 뿌리 뽑아야만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다만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부패비리를 제거하는 제도의 도입과정에서 받게 될 지도 모르는 개인적인 불이익을 감수 하려고 하는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