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봐줘요…" "안됩니다. 이제 1㎏이라도 초과하면 과세합니다" 지난 16일 오후 5시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입국 검사장. 중국에서 막 들어온 수십명의 보따리상들이 짐을 통관하면서 세관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지난 90년부터 시작돼 규모가 해마다 늘어났던 보따리 무역이 지난해 12월부터 규제강화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생계를 위협받게 된 보따리상들은 잦은 연좌농성을 벌일 정도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 한해 10억달러로 불어난 한.중 사무역 =보따리 무역은 한.중 수교보다 앞선 지난 90년 9월 인천∼위하이간 항로가 열리면서 시작됐다. 소형 전자제품에서부터 드라이기 원단 손톱깎이 등 온갖 공산품이 중국으로 건너갔고 국내로는 깨 등 농산물이 반입됐다. 규모도 거듭 늘어나 지난 한해 1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세관측은 반출 6천8백만달러, 반입 3천만달러를 합해 1억달러 정도로 추산하지만 내용물의 가치를 따지지 않은 종량(從量) 집계여서 실제 규모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중간 카페리 항로는 부산과 평택에 각각 1개 노선이 있을뿐 인천이 7개 노선으로 보따리 무역은 인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불가피한 ''사양길'' =보따리 짐을 관대하게 검사해 오던 세관은 지난해 11월부터 통관을 강화, 화물 무게를 50㎏으로 일률 규제하고 있다. 이때부터 인천항의 보따리상 입국자 수는 종전 한달 평균 1만9천여명에서 현재는 1만2천여명으로 33% 급감했고 휴대품 반입도 95만6천여㎏에서 64만4천여㎏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초 3천명을 넘었던 보따리상 숫자는 최근 1천5백명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세관은 올해부터 농산물 5㎏ 등으로 품목당 중량 제한제를 실시할 계획이어서 보따리 무역은 급격하게 사양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 확실하다. 동대문과 남대문에도 보따리상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있다. ◇ 틈새무역 긍정론 =보따리상들은 한국제품을 알리고 틈새 수출로 외화 획득에 한몫을 해온 점을 무시한채 부작용만 부각시켜 규제하려는 세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해 보따리상을 통해 건너간 국산 보온병과 화장품, 위성송수신기가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새로운 디자인의 액세서리 제품은 출시 다음날 중국 곳곳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고 무역상들은 전한다. 5년 경력의 정모씨(52.인천 주안)는 "제조업체의 긴급한 샘플이나 부품을 하루만에 전달해줘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는 뿌듯하다"며 "가끔 대기업의 휴대폰 부품을 운반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인천대 동북아통상학부의 한광수 교수는 "중국 보따리 무역은 경제 지리적으로 이점이 있는 한국만이 할 수 있는 틈새 무역"이라며 "규제와 함께 건전 육성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김인규 인천지부장은 "동대문시장 등이 중심이 돼 중국 현지 판매망을 구축하고 항로별 한국상품 유통센터를 조성해 보따리를 제도권 무역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할만 하다"고 설명했다. 안치성 세관장은 "인천에 운송비가 훨씬 저렴한 컨테이너 항로를 신설하는 것도 정상 무역을 유도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