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는 14일(현지시간) 4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수출보조금제도(해외법인소득세법)의 감세혜택이 WTO 규정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유럽연합(EU)은 이를 근거로 미국 제품에 대해 40억달러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 경우 미국과 EU간 무역 갈등은 WTO 분쟁 사상 최대 규모의 마찰로 번지게 된다. 미국의 해외법인소득세법(EIA)은 해외조세 피난처에 지사나 계열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에 대해 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이 법의 전신인 해외판매법인세(FSC)에 대한 EU의 반발이 거세지자 미국은 지난해 11월 FSC를 EIA로 대체했었다. 하지만 EU는 새로운 법이 이전 법과 별 차이가 없다며 WTO에 제소했고,WTO는 이번에 다시 EU의 손을 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WTO는 오는 3월 말 EU가 취할 수 있는 제재 규모를 최종 결정한다. 이에 따라 철강분쟁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EU가 무차별 관세부과 등의 무역전쟁에 휩싸일 전망이다. EU의 거듭된 보복발언에도 불구,미국은 현재 통상법 201조에 의거해 내달 19일까지 EU 한국 일본 등지의 철강 수입량(쿼터) 제한과 최고 40%의 고율관세 부과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EU무역담당 집행위원 파스칼 라미는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 움직임은 명백한 보호무역 조치이며 이제 철강 이외의 제품에 대해서도 제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논평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