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은 벤처캐피털회사와 벤처기업들에 '최악의 한 해'였다. 벤처캐피털들은 경기전망 불투명으로 투자를 꺼린데다 마땅히 투자할 벤처기업마저 찾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벤처기업들은 매출부진과 투자 유치 실패 등으로 인해 생존하는게 버거울 정도였다. 그러나 2002년엔 벤처캐피털과 벤처기업들이 '침체와 부진'의 긴 터널을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캐피털들은 내년을 투자 적기로 보고 본격적으로 대상기업 물색에 나서고 있다. 물론 벤처 거품을 경험한 터라 2000년과 같은 투자열풍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벤처투자 확대가 벤처산업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 벤처투자를 늘리는 이유 =크게 봐서 두가지다. 경기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점과 투자재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대표는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여 증시도 상승흐름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로 인해 투자금 회수가 쉬워지면 이를 바탕으로 재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벤처기업들도 예전과 달리 높은 배수의 투자를 바라고 있지 않아 기업가치평가와 관련, 벤처캐피털과 벤처기업이 합리적인 수준에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허창문 기은캐피탈 부장도 "경제지표가 내년에 모두 좋아질 것으로 보진 않지만 최소한 올해보단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벤처캐피털리스트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들은 요즘 서둘러 투자재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은 12월 들어서만 2천억원 규모의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한 것으로 벤처캐피탈협회는 추정했다. 이는 올들어 조성된 월평균 벤처펀드 규모(7백억원)의 3배 가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게다가 올해중 벤처투자조합에 3천2백70억원의 정책자금을 출자했던 정부도 내년중엔 4천6백50억원으로 1천3백80억원 늘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어떤 업종에 투자하나 =여전히 IT(정보기술) 분야가 선호대상이다. 70개 벤처캐피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IT산업에 대한 투자비중은 올해 44.2%에서 내년 46.8%로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우충희 인터베스트 이사는 "유.무선 통신을 비롯한 IT분야가 경제불황을 타개할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분야에 상당한 자금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기업도 투자금 유치가 한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70개 벤처캐피털들은 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비중을 올해 7.8%에서 내년엔 14.5%로,엔터테인먼트업종도 8.6%에서 11.1%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바이오산업은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지만 장기 전략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콘텐츠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투자 회수가 빠르다는 관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정태 한국기술투자 대표는 "문화콘텐츠와 바이오를 담당할 전문인력을 영입할 생각이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전문 테마펀드를 조성해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은캐피탈 KTB네트워크 무한기술투자 등도 이들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투자계획을 짰다. 이와 함께 벤처캐피털들은 해외 기업에도 적극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해외투자규모가 4백만달러 가량인 KTB네트워크의 경우 내년엔 미국 7백만달러,일본 2백만달러, 중국 이스라엘 등 1백만달러 등 모두 1천만달러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KTB 관계자는 "해외네트워크 구축 등 미래성장에 필요한 부문에 더욱 과감하게 투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술투자도 중국 프랑스 등지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기관들과 제휴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