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매각은 경기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이는 상장사 관리종목이 경기가 나쁠 때는 늘어났다가 경기가 호전되면 줄어드는 양상과 궤를 같이한다. 내년 초에 부실기업 주인 찾기가 줄을 이을 것으로 관측되는 배경에도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공감대가 자리잡고 있다.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회사가 이익을 내고 있는데다 원매자측도 내년 국내 건설경기를 밝게 보고 있어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계 투자회사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극동건설의 구명준 관리인은 구조조정 마무리와 경기호전 기대감이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부실기업 처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매자들 입장에선 경기 상승에 대비한 선(先)투자 전략 차원에서 인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영철강 인수전에 뛰어든 한국철강 이병제 인수총괄팀장은 "환영철강의 당진공장을 인수할 경우 기존 마산공장과 창원공장에 비해 물류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등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신호제지 정읍공장을 인수한 동원제지의 경우도 마찬가지. "양대 선거(지자체선거 대통령선거)와 월드컵 특수에 대비해 골판지 원료 수요가 증대할 것으로 보고 인수했다"는 정종현 재무팀장의 설명에서 드러나듯이 경기 확장기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부실 기업에 관심을 갖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부실 기업들의 채권을 다량 확보하고 있는 채권은행들과 자산관리공사에 매각 절차 등을 묻는 전화가 부쩍 늘어나는 데서도 확인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 기업매각부의 정필상 과장은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나 M&A 중개업소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매각 대상 기업들도 대부분의 적자 요인을 털어낸 상태이기 때문에 인수 매력이 높아져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기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이상권 기업개선관리실장도 "워크아웃 기업 처리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 같다"며 상황을 좋게 보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기업 분할된 고합의 유화 부문과 화섬 부문을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할 방침이다. 최근 모자 전문 생산업체인 영안모자가 화섬 부문에 인수 의사를 밝혔는가 하면 유화 부문에도 국내외 업체들의 '입질'이 시작됐다고 한다.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완료된 대우전자는 지난달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해외 4개 업체의 실사작업이 진행중이다. 내년 1월중 실사가 완료되면 2월중 최종 제안서를 받아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내년초에는 또 서울은행 대한생명 대우증권 등 덩치가 큰 금융기관들의 M&A도 대기하고 있다. 서울은행은 동부그룹과 동원그룹 등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대한생명은 한화-오릭스 컨소시엄과 미국계 메트라이프 등이 인수전에 뛰어든 가운데 이달중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조일훈.장경영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