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기술이나 경영 의사결정 기법의 발달로 신속한 정보의 교환과 의사결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기업의 불확실성(uncertainty) 관리가 용이해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오히려 현실은 그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신속한 기술의 발달은 제품의 수명 주기를 단축시키고 있고 시장의 세계화에 따라 수요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다. 또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져 높은 수준의 고객화를 요구하고 있는등 기업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높이는 일련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불확실성 관리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불확실성은 경영 의사결정 결과의 예측을 어렵게 함으로써 기업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제품이나 원재료의 미래 수요를 예측하는데 실패하면 과다한 재고가 발생해 제한된 자본이 쓸모없는 재고자산에 묶이게 된다. 반대로 재고 고갈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판매 기회를 상실하거나 생산설비를 가동하지 못함으로써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것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단어 중에 "리스크-풀링(Risk-Pooling)"이란 말이 있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위험 또는 불확실성을 하나로 모음"을 의미한다. 시스템 내에 분포돼 있는 불확실성을 하나로 모음으로써 시스템 전체의 불확실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수의 소매상이 각자 독립적으로 하나의 공급업자로부터 주문을 하는 시스템과 소매상들을 하나로 통합해 모든 수요를 한 곳에서 충족시키는 시스템을 불확실성 면에서 비교해 보면 후자의 불확실성이 전자보다 작다. 이를 수요의 결합에 의한 "스퀘어 루트" 효과라고 부른다. 소매상 수요의 불확실성은 변하지 않으나 시스템 전체의 불확실성은 그 설계에 따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리스크 풀링"의 가장 간단한 형태인 "스퀘어 루트" 효과는 소매상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커진다. 이같은 효과를 이용한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유통 업체들이 지역분배센터 또는 물류센터를 둬 담당 지역의 수요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요즘 순수 온라인 유통 기업들이 소매점을 소유하지 않고 가상 공간 상에서 주문을 받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그 예다. 또 제품의 차별화를 가능한 한 뒤로 미루고 보다 업데이트된 실시간 수요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것도 대표적인 "리스크 풀링" 방법이다. 휴렛패커드사의 경우가 좋은 예다. 이 회사는 자사의 프린터 제품에 대한 시장을 미주,유럽,아시아 시장으로 나누어 관리해 왔다. 지역별로 언어와 사용 전력의 전압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공장에서 지역별 차이를 고려해 사용설명서와 전원 공급기를 조립해 중앙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지역 분배센터에서 주문이 들어 오면 발송해주는 방식으로 관리했다. 따라서 중앙창고에는 동일한 프린터 모델에 대해 3개의 SKU(스톡 키핑 유닛)가 존재했으며 지역별 생산량은 수요 예측치에 근거해 결정됐다. 그러나 휴렛패커드사는 이같은 수요관리 방식이 지역별 수요 변화에 따라 과다한 잉여재교와 재고고갈의 문제를 동시에 발생시킨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불확실성 관리를 시도했다. 우선 제품을 재설계해 글로벌 프로덕트 디자인을 만들었다. 새로운 디자인에서는 전원 공급기가 모듈식으로 설계돼 언제라도 쉽게 조립할 수 있었다. 공장에서는 사용설명서와 전원 공급기를 조립하지 않은 반제품을 생산해 중앙창고로 수송했으며 지역별로 주문이 들어오면 반제품을 중앙창고에서 지역 분배센터로 발송했다. 휴렛패커드는 이같은 방법을 사용해 중앙창고가 보관하는 각 모델의 SKU를 1개로 줄일 수 있었으며 이전의 잉여재고와 재고고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다. 세계적 의류 업체인 베네통사는 생산공정의 순서를 바꿔 제품의 차별화를 늦춤으로써 수요의 불확실성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수요의 불확실성에 대한 효율적 관리 방안은 앞에서 살펴본 것들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한다. 불확실성 관리 방안은 수요,가치사슬의 구성,고객의 구성,비용구조 등 개별 기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특성과 얼마나 잘 맞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불확실성 관리를 위해서는 우선 기업의 특성을 철저히 분석해 매출 증대나 비용절감의 기회가 어디에 존재하는가를 파악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 박상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 < 한경-매니저소사이어티 공동기획,www.managersociet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