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공룡집단'으로 불렸던 공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정부의 울타리 안에서 독점체제를 유지해온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구조개혁과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 과제인 공기업 구조조정이 이제는 상시개혁체제 하에서 자율개혁의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97년말 외환위기를 맞아 강력한 개혁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공기업 개혁. 민영화와 인력감축, 퇴직금 누진제 폐지 등 하드웨어 중심의 공기업 구조조정은 이제 본궤도에 올랐으며,일하는 방식과 운영시스템 개선 등 소프트웨어적 개혁이 또 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년간 공기업 개혁은 '민영화'와 '경영혁신'이란 두 갈래로 추진돼 왔다. 그 결과 주인이 없어 방만하게 운영되던 공기업들이 책임경영 체제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혁신 평가체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공기업들은 재무제표 감사보고서 등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상임이사제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 이같은 노력들이 공기업의 대국민 서비스 질을 높이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구조조정의 성과 =공기업 개혁이 진행된 이후 약 4만1천7백여명의 일자리가 구조조정됐다. 공기업 노조가 강성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초 목표보다 4백70명이 더 감축된 수치다. 정부가 공기업 개혁의 성과로 가장 자신있게 주장하는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방만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돼 온 퇴직금 누진제도 대부분 사라졌다. 공기업을 포함해 정부 산하기관, 공공 금융기관과 국립대학 병원 등 2백56개 기관이 노사협의를 통해 퇴직금 누진제를 없앴다. 이에 따라 연간 5천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유급휴가 학자금 주택자금 등 과도한 복지후생비 대부분이 폐지되거나 대폭 축소돼 공기업은 '철밥통 직장'이란 이미지도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다. 부동산과 연수원 등 불필요한 자산 2백57건이 매각돼 핵심 역량 위주의 경영체제를 이루는데 일조했다. 시설관리나 경비업무 등 2백9건의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는 등 공기업들이 핵심 부분을 중심으로 새롭게 운영되고 있다. 민영화를 통한 경영혁신 =정부는 1998년 공기업 11개사를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했다. 지금까지 6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가 끝났다. 국정교과서 종합기술금융 대한송유관공사 포항제철 한국중공업은 민간인 주인을 찾아 새롭게 변신했다. 한국전력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도 늦어도 내년까지 민영화를 끝마칠 예정이다. 공기업의 자회사 정리를 통한 경영혁신도 눈여겨 볼 만하다. 61개의 공기업 자회사중 26개 자회사가 정리됐다. 매일유업 등 10개 자회사가 민영화됐고, 한양산업 등 10개 자회사는 통폐합을 통해 새 주인을 만났다. 정부는 지난 2월 남아 있는 공기업 자회사중 36개를 민영화 또는 통.폐합하는 내용의 자회사 정리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상반된 평가가 교차 =이처럼 적지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개혁이 여전히 미진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인력감축과 방만경영 쇄신 등으로 군살을 빼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공기업 자체의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아 언제든지 개혁이 거꾸로 흐를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사실 공기업의 비효율 경영은 민영화를 통해 주인을 찾아주게 되면 상당부분 저절로 치유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기업의 민영화 작업이 올해들어 다소 늦춰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경기둔화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 입장에서는 민영화를 서두르다가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속한 민영화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부 공기업에서 자격 미달의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사장으로 임명되는 등 과거의 폐습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상시개혁체제 갖춰야 =민영화와 경영혁신만으로 공기업 개혁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공기업이 제공하는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며 구조조정 이후 경쟁력을 갖추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확정한 공기업 자회사에 대한 민영화, 통.폐합 등의 정리 방안에 따라 올해안에 노량진수산시장 등 21개사를 민간에 매각해야 하나 인수자가 나서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기업 개혁에 대한 저항을 어떻게 잠재우느냐도 풀어야 할 숙제다. 과거와 같은 틀을 갖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집단이기주의에서 나온 저항들은 극복돼야 하며, 이를 이루지 못할 경우 공기업 개혁은 공염불이나 다름없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그동안 공기업 개혁은 구조를 새로 짜는 하드웨어 개혁에 집중돼 온게 사실이다. 이제는 상시개혁 구조속에서 운영시스템을 고치는 소프트웨어적 개혁을 완결해야 공기업 개혁이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은 "예산지원과 경영 성과를 연계해 상시개혁체제 속에서 공기업들이 스스로 경영혁신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공기업 노조가 비교적 잠잠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노조의 저항은 개혁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뇌관인 만큼 노조와의 대화창구를 항시 열어두어 신뢰를 구축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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