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의 적법성 여부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지난 11일 서울 고등법원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권을 규정한 공정거래법 24조가 헌법상 '이중 처벌 금지'와 '무죄추정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심판을 제청했기 때문. 위헌으로 판결나면 해당 법률이 바뀌고 소송을 낸 기업들이 과징금을 되돌려 받는 것은 물론 공정위의 위신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 무엇이 문제인가 =이중처벌 금지, 무죄추정 원칙, 과징금 부과기준의 위헌성 여부 등 크게 세가지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헌법상의 '이중 처벌' 금지 조항.고법은 하나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뒤 또 다시 검찰이 형사처벌 및 벌금을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공정거래법은 위헌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무죄추정 원칙'도 논란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피심인은 법원의 판결이 나기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는 만큼 공정위가 자체적인 기준만으로 과징금을 부과.징수하는 것은 위법이다. ◇ 눈덩이 과징금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이 징벌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과다하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97년 17억원에 불과했던 과징금 액수는 △99년 1천3백76억원 △2000년 1천4백83억원 △2001년 8월말까지 1천4백64억원 큰 폭으로 늘고 있다. ◇ 무리한 법 적용 =공정위가 무리하게 과징금을 매긴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99월 5월 두산 하이트 진로쿠어스 등 맥주 3사가 맥주 출고가격을 담합해 올렸다는 이유로 11억4천5백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당시 맥주 3사는 국세청의 행정지도를 받고 '어쩔 수 없이' 동일한 비율로 가격을 인상했다. 맥주 3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법은 올 초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공정위 패소' 판정을 내렸다. 재계는 공정위가 무리하게 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또 다른 근거로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져 경감받는 과징금 액수도 급증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지난 97년 공정위가 이의 신청을 통해 경감해준 과징금은 3천2백만원에 불과했지만 △99년 2백71억6천4백만원 △2000년 7백73억3천만원 등으로 크게 늘고 있다. ◇ 위헌 판결 날까 =공정위는 "법원이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위헌 판결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만에 하나 위헌 판결이 난다면 금융감독위원회나 통신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청 등에서 부과하는 과징금이나 과태료도 모두 위헌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정위 과징금이 다른 행정법과는 달리 형벌적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위헌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