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사람들은 이 이틀동안의 시간을 김 회장이 30년간 일군 재산을 다 내놓아 사실상 빈털털이가 된 순간으로 회고한다. 김 회장의 측근들은 최근 기자를 만나 "김 회장이 이헌재에게 속았던 것"이라며 김우중 이헌재 독대를 비난하기도 했다. 최근 김 회장의 은닉재산이 발견됐다는 언론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프랑스 니스의 호화별장, 경기도 안산의 부동산 등등…. 하지만 채권단 사람들도 김 회장이 거의 모든 것을 내놓았다는데는 별로 이견이 없다. 김 회장의 대리인인 석진강 변호사는 "니스 별장은 거래관계가 있던 외국인이 담보조로 현지법인에 맡겼다가 되찾아간 것이지 처음부터 김 회장 소유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는 "안산 땅은 김 회장이 1960년대에 샀던 땅이다. 그곳엔 30평짜리 보통 주택 두 채가 있을 뿐 호화별장 따위는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특히 여기엔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 회장의 맏아들 선재씨의 묘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 회장이 맏아들을 떠나보낸 뒤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와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대화'라는 책을 집필한 곳도 이곳이다. 김 회장은 이 허름한 두 채의 단독주택을 '선재농장'이라고 불렀다. 채권단 일원이었던 P씨는 "채권단도 이 농장을 알고 있었지만 이것마저 매몰차게 빼앗지는 않았던 것"이라고 확인했다. 김 회장이 개인재산과 경영권을 다내놓는 대신 정부는 채권금융기관을 통해 4조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대우의 CP(기업어음) 결제부족액은 약 3조원. 여기에 플러스 1조원의 여유를 둔 것이다. 금감원의 K팀장은 "너무 많이 주면 대우의 자구의지가 약해지고 부족액만 달랑 주면 유동성 위기가 심화될 소지가 있어 이렇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