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반도체 경기가 예상을 뛰어넘는 급전직하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64메가D램과 1백28메가D램의 경우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달러와 2달러 밑으로 이미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올해 D램 시장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축소되는 사상 최악의 침체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2위의 D램 반도체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21일(미국시간) 이번 회계연도 3.4분기인 지난 1∼3월에 무려 3억1천3백4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테크놀러지의 적자폭은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3배 정도나 많은 규모다. 지난해 같은기간 2억7천4백80만달러의 순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적자 전환이다.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 줄어든 8억1천8백30만달러에 그쳐 거의 반토막이 났다. 미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 퀘스트는 이날 "올해 전세계 D램 매출이 55.5% 급감하는 사상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터 퀘스트는 올해 전세계 D램 매출이 지난해(3백15억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백40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규모가 55.1% 감소, 그동안 사상 최악의 해로 기록된 지난 1985년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이다. 반도체경기 부진에 따라 장비시장 역시 극도의 침체 상태다. 반도체 장비 재료협회(SEMI)는 이날 5월의 북미 반도체 장비 주문·출하(BB)비율이 0.46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백달러어치 제품출하 때마다 새로 들어오는 주문은 46달러어치에 그쳤다는 뜻이다. 한편 D램 반도체 가격은 64메가D램이 이날 아시아시장에서 0.92달러, 1백28메가D램은 1.90달러를 기록했다. 북미 현물시장에서는 각각 1달러와 2달러를 간신히 웃돌고 있으나 언제 그 아래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