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완화 문제를 놓고 정부와 재벌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도 크게 보면 정부의 포지션과 기업정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귀결되는 사안이다.

과거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의 사례를 통해 이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도출해 볼 수 있다.

◇ 유동성위기 다시 올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과 같은 개도국들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유동성 위기와 시스템 위기 극복과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외화 유동성을 확보해 대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다 하더라도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다시 유동성 위기로 환원(feed-back)하게 된다.

한국은 지금까지 8백50억달러에 이르는 경상수지 흑자로 여타 금융위기국에 비해 외화 유동성을 빨리 확보했다.

문제는 경제 전반에 놓여 있는 부실 채권을 정리하는 시스템 위기가 여전히 극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시스템 위기 극복과정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구조조정의 궁극적 목적인 경쟁력 개선과는 거리가 먼 상태다.

◇ 정부의 포지션이 중요하다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시장 자율에 의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 등 민간주체를 신뢰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장에 개입했다 하더라도 개입하다 보면 의외로 그 부정적인 영향이 오래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책임의 원칙도 분명히 지켜져야 한다.

정부 지원 없이 자력으로 살아날 수 없는 실패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동시에 실패한 정부 관료도 실패한 기업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잘못된 의사 결정에 따른 손실 비용을 부담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 후원자적 기업정책이 필요하다 =이같은 정부 입장과 함께 정부가 기업정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위기극복의 열쇠로 작용한다.

1990년대초 핀란드 스웨덴이 경제위기를 초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기업우대정책에서 비롯됐다.

당시 이들 두 나라는 △법인세율 25%에서 23%로 인하 △공무원 감축을 통한 제로베이스 예산편성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기업들이 행정규제에 대해 전혀 부담을 갖지 않도록 체감적인 행정규제지수를 ''제로''로 하는 정책이 주효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