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가 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사흘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참담하기조차 했던 주가 폭락이 너무 오래 지속돼 온 탓인지 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싶은 모습이었다.

특히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이런 미풍(微風)은 태평양을 건너며 ''토네이도''로 증폭돼 한국의 코스닥시장을 아예 날려 버릴 기세였다.

지난 3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인하를 계기로 오름세를 타기 시작한 코스닥지수는 열흘만에 35% 이상 뛰어 올랐다.

이상 열기의 양상이다.

이렇게 되자 벤처업계와 경영학계 일각에선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닷컴은 살아있다"고 목청을 다시 높였다.

◆불안한 기술주 상승세=나스닥의 상승세는 지난주 금요일 장이 하락세로 마감되면서 3일 천하로 끝났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세금감면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반짝효과 외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나스닥지수는 다시 차분함 속에 이번 주에 쏟아져 나올 4·4분기 실적발표에 좌우될 전망이다.

그러나 코스닥은 그동안의 손실만회를 위한 개인들의 ''한탕''식 도박이 외국인을 부르고 이것이 또 개인투자자를 유인하는 형국이다.

5일부터 개인들의 순매수가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10일 외국인이 2백63억원의 순매수로 화답하자 개인들은 그날과 다음날 5조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다.

지난주 개인들의 순매수가 8조원에 육박한 데 비해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겨우 6백70억원에 그쳤지만 시장 분위기는 "외국인들이 몰려온다"였다.

이른바 ''폭탄 돌리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기술주에 대한 논란=기술주 시장에선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닷컴기업(또는 정보기업)들과 휴대전화,데이터통신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통신기업들의 비중이 크다.

이중 닷컴기업들의 몰락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 나스닥시장의 대다수 닷컴기업 주가가 최고점 대비 10분의 1로 폭락했지만 이들의 평균 주가는 아직도 주당순이익 대비 1백배나 되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미국 닷컴기업들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63%로 사업을 하면 할수록 손해인 구조다.

이는 전통기업들과 달리 닷컴기업들이 첫 이윤도 내기 전에 고가로 주식을 팔았던 탓이다.

현재 주요 닷컴기업들중 이윤을 내는 곳은 AOL과 야후,e베이 등 세 곳 정도다.

이중 AOL은 타임워너와 합병해 순수 온라인 대열에서 탈퇴했다.

이젠 둘만 남았다.

그런데 이 둘이 지금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약 세계 최강의 닷컴 두 개가 흔들린다면 다른 것들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피터 마틴 칼럼니스트는 아예 순수 닷컴 기업은 올해 모조리 죽는다고까지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닷컴의 쇠퇴보다 더 무서운 것이 통신기업들의 대규모 연쇄 부도사태라는 것이 배런스지(誌) 전망이다.

70년대가 석유 거품의 시기였다면 80년대는 부동산 거품의 시기였고 90년대는 통신 거품의 시대였다는 것이다.

실제 통신 분야에 최근 3년동안 4백조원 이상이 투자됐지만 통신요금은 지난해 50% 하락에 이어 올해 또다시 40% 떨어질 전망이고 시장도 포화상태에 이르러 대형 부도사태가 우려된다.

이로 인한 파장은 닷컴 파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닷컴의 3대 환상=닷컴 기업들은 많은 경우 환상의 창조물이었다.

특히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가 선점(先占)하면 된다는 환상이다.

그러나 줄줄이 뛰어드는 후발 경쟁자들,그리고 태생적으로 낮은 진입장벽을 선점으로 막을 순 없다.

둘째가 브랜드를 세우기 쉽다는 환상이다.

그러나 웹사이트가 멋지다는 것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진 않는다.

회원들은 클릭 한번에 왔다가 클릭 한번에 간다.

셋째가 광고로 꾸려가면 된다는 환상이다.

그러나 진정한 대중매체와 마니아들의 틈새매체 외엔 광고수입이란 없다.

광고수입 모델을 이루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는 야후의 사례가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