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에서 현 정부가 추진중인 각종 개혁정책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이는 지속적이면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구상과 배치되는 것으로 향후 여권 내에서 이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28일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재정경제연구회 조찬 토론회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무리한 개혁정책으로 개혁 피로감이 가중되면서 민심이 이반되고 있다며 조속히 개혁을 마무리하는 등 안정 위주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병윤 의원은 이날 "개혁은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집권 초반기에 해야 하는데 개혁이 중반 이후까지 지속되면서 국민이 불안해 하고 공무원이나 공기업 관계자들도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 재창출을 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개혁이 수포로 돌아가는 만큼 진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안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약분업과 교육개혁 등 개혁과제가 전방위적으로 동시에 추진되면서 민심이 이반된 만큼 올해 안에 금융.공공부문 등의 구조조정을 끝내자고 주장했다.

강현욱 의원도 개혁 피로감으로 인해 경제가 더욱 어렵게 됐고 민심도 이탈했다면서 지금까지 무슨 개혁을 추진했으며 앞으로 어떤 개혁을 추진해 정확히 무엇이 바뀌는지를 제대로 알려 불안감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김덕규 의원도 "정책입안자들이 국민들의 ''개혁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관료들은 국민들의 정서를 헤아려야 하며 조속히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개혁에 대한 신앙을 갖고 있는 것 같으나 정권재창출에 실패하면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부나 당의 인기는 형편없다"며 민심의 이반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의원들의 이같은 주장은 지역구 여론 동향이 심상치 않은데다 개혁 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부작용이 향후 대선과 총선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당내에서 제기된 △의약분업 연기나 임의분업 실시론 △교육개혁 속도조절론 △예금부분보장제 완화론 등과 맞물려 이같은 주장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와 개혁 성향의 의원들은 강도높은 개혁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향후 이를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윤철 장관은 개혁 피로감이 실제로 심각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고 설명한 뒤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