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징후기업으로 지목받을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내는 1백85개(상장기업 기준) 기업, 부채비율이 2백%를 훌쩍 넘는 20~30여개 기업, 34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중 이익을 제대로 못내는 기업들은 퇴출대상 후보로 분류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영업이익이나 부채비율같은 단순 지표만으로 퇴출대상을 가려낼 경우 해당 기업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퇴출작업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 부실 기업정리는 이미 시작 =25일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로 결정된 미주실업은 워크아웃 기업중 이미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으로 분류됐었다.

실사결과 자산이 1천1억원, 부채가 1천1백90억원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1백89억원 더 많았다.

또 청산가치는 4백69억원으로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의 4백12억원보다 높게 나와 결국 퇴출이 확정됐다.

지난달 신규자금지원을 거부당한 (주)우방이 워크아웃에서 퇴출돼 법정관리에 들어간데 이어 두번째 사례다.

정부가 전날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퇴출을 예고한 것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워크아웃이 더이상 ''부실기업의 피난처''가 아니라는 점을 채권단이 보여준 셈이다.

◆ 떨고 있는 기업들 =금감위는 현재 부실징후기업 판단 기준을 작성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각 채권금융기관은 해당 기업들을 자체 평가한 뒤 ''살생부''를 작성하게 된다.

금감위는 일단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과 부채비율이 과다한 기업 등을 구조조정대상으로 꼽고 있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말 현재 상장기업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은 적자기업 57개 포함, 모두 1백85개사에 이른다.

여기에는 6대 그룹 계열기업도 들어 있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도 비상이다.

상반기말 현재 부채비율이 높은 상장기업들을 보면 신우 한솔 쌍용 대한해운 LG산전 한진해운 쌍용양회 중앙건설 풍림산업 등이 많게는 5천%에서 적게는 3백%가 넘는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부채비율이 높다는 것 자체만으로 퇴출후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업종 특성상 불가피하게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이 있고 부채비율은 높지만 이익을 많이 내거나 성장성이 있는 기업도 많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기업들도 불똥이 떨어졌다.

현재 워크아웃중인 기업은 대우그룹 계열사를 제외하면 모두 34개다.

또 법정관리 및 화의업체가 5백여개에 달하고 있다.

채권금융기관은 부실징후로 판정난 기업이라 하더라도 영업전망 등을 분석, 정상화시킬수 있다고 판단하면 ''여신거래특별약정'' 등을 맺어 출자전환 등으로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 관계자는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금융시장에서 더이상 악성루머에 시달리지 않도록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규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은 "워크아웃 기업의 경우 채권단의 실사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퇴출대상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