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 14일 서울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2건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97년 12월 23일 30억달러를 비롯 70억4천만달러의 차관을 빌려줬던 세계은행은 이날 서울사무소 문을 닫았다.

차관 제공에 따른 한국정부와의 정책협의가 끝나고 한국 경제가 정상궤도에 진입함에 따라 추가자금 지원의 필요성이 없어져서다.

IMF 서울사무소장인 데이비드 코는 이날 재정경제부 기자실에서 한국정부와의 마지막 정책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IMF와 세계은행은 긴급구제자금을 제공하면서 정례적으로 한국정부와 정책협의를 갖기로 했었다.

사무소 문을 닫거나 정책 협의를 끝냈다는 것은 이들 국제기구가 한국이 외환위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났음을 공인한다는 의미가 된다.

코 IMF소장은 한국에 있어서 IMF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긴급구제자금을 투입한)다른 나라에 비해 대단히 성공적(extremely successful)"이라고 말했다.

코 소장은 그 근거로 경제성장 물가 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가 좋아질 뿐만 아니라 금융.기업구조조정에서도 (상대적으로)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들었다.

아이어 세계은행 서울사무소장도 "한국의 위기극복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며 그 과정에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표시했다.

코 소장과 아이어 소장은 그러나 한국이 경계심을 풀지 않도록 충고했다.

코 소장은 "추가적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건전성 감독강화와 리스크 관리기법 개발,경쟁을 저해하는 관행의 제거,회사정리법과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아이어 소장도 "곁으로 시늉만 하는게 아니라 근본을 뜯어고치는 워크아웃"을 권했다.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끊임없는 구조조정만이 한국이 생존할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실업자가 1백만명 밑으로 내려갔고 8%이상 고성장을 이루며 외환보유액이 9백억달러를 넘었다고 해서 샴페인을 터트릴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2년전 이들을 불러들인 것도 우리의 책임이었듯 또다시 불러들이지 않는 것도 우리의 몫으로 남게 됐다.

< 강현철 경제부기자 hck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