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포기하고 실리를 얻는다"

디지털카메라 휴대전화 등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사업화로 부활에 성공한 기업이 있다.

가전업체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산요전기가 바로 그 곳이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마치코바단지인 오사카 다이토시에 자리잡은 산요전기의 디지털카메라공장은 젊은 여자공원들로 북적댄다.

일본에서 쉽게 볼수있는 모습이 아니다.

또 한가지 이상한게 있다.

제조라인에는 어디에도 "산요(SANYO)"라는 상표가 붙어 있지 않다.

대신 일본의 내로라하는 카메라메이커의 브랜드가 붙어 있다.

산요의 디지털카메라 사업은 호황이다.

2000년 3월기 매출은 6백24억엔으로 전기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생산대수는 2백10만대.

세계시장의 40%에 이르는 규모다.

그러나 90% 이상이 타사브랜드로 나가고 있다.

가전양판점 등의 점포에 진열된 디지털카메라의 40% 상당이 산요제품이라는 계산이다.

산요가 이처럼 잘 팔리는 디지털카메라를 타사브랜드로 생산하게 된 이유는 취약한 브랜드력 때문이었다.

95년도에 디지털카메라판매에 나섰다.

그러나 산요 브랜드로는 시장개척이 어려웠다.

그래서 브랜드력은 있지만 반도체나 2차전지 등의 기술이 취약한 카메라메이커에 상품개발과 생산을 위탁했다.

95년에 2개 회사와 계약을 맺고 OEM 생산에 나섰다.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런데 타사브랜드로 개발된 상품이 뜻밖에 대히트를 쳤다.

다른 카메라메이커들이 잇따라 상품개발을 주문했다.

현재는 8개사에 OEM으로 디지털카메라를 공급중이다.

이뿐만 아니다.

휴대전화사업도 타사브랜드로 급성장하고 있다.

2000년 3월기 매출은 1천2백억엔.

전기의 2배다.

생산대수 또한 4백40만대로 두배이상 늘었다.

산요는 지난 94년말에 휴대전화시장에 막내둥이로 뛰어들었다.

그때는 마쓰시타통신 NEC 미쓰비시전기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10년이상의 역사를 가진 이들업체와 맞상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틈새시장을 겨냥했다.

"통신사업자의 브랜드를 위주로 하는 휴대전화에서 자사브랜드력은 중요하지 않다.(J폰 DDI그룹 등 통신사업자들은 휴대폰메이커의 이름을 조그마한 글자로 판매원과 병행표기한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면 반드시 성공한다"

개인통신사업부를 맡은 고토부키 사업부장은 이같은 판단에 따라 비즈니스맨을 겨냥하는 라이벌들과는 달리 젊은 여성을 공략대상으로 선정했다.

사외로부터 6명의 여성을 채용, 남성기술자뿐이었던 개발팀에 충원시켰다.

이를통해 둥그스럼한 디자인이나 핑크 등 여성이 좋아하는 휴대전화를 개발했다.

착신멜로디휴대전화도 선보였다.

여성공략전략이 주효하면서 휴대전화 셰어가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OEM 제품으로 성공한 또하나의 디지털기기는 PC의 데이터를 대화면스크린에 투사하는 장치인 액정프로젝트다.

생산량의 60%를 해외메이커에 OEM으로 공급하고 있다.

2000년 3월기의 매출은 4백억엔.

대형 사무기기메이커용이 호조를 보이면서 업계 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산요는 디지털분야의 OEM 사업으로 99년도에 6백21억엔의 영업이익을 냈다.

적자로부터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산요브랜드에 얽매이지 않는다. 서로간에 메리트가 있다면 어떤 상대와도 손을 잡을수 있다"

사내분사조직인 멀티미디어컴퍼니의 다카노 사장은 "산요가 만든 제품을 강력한 판매조직과 브랜드력을 가진 회사에 공급하는게 효율적"이라고 강조한다.

멀티미디어컴퍼니의 주력거점인 다이토시 스미노도공장은 일본 OEM사업의 발상지.

산요는 마쓰시타전기가 43년에 설립한 군수품자회사인 마쓰시타비행기로부터 이 공장을 50년에 양수, 라디오부품을 생산했다.

60년대에는 미국 유럽의 전기메이커에 컬러TV 테이프리코더를 OEM 공급하기도 했다.

70년대에는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에 프라이비트 브랜드(PB) 상품을 공급했다.

산요는 70년대 들어서면서 자체브랜드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80년대에 들어오면서 자체브랜드 사업에 투자를 집중했다.

그러나 85년 프라자합의에 따른 엔고로 TV VTR의 해외생산이 가속화하면서 스미노도공장도 엄동의 시대를 맞았다.

그후 15년만에 OEM 사업으로 봄을 맞았다.

제품브랜드로 기업브랜드의 약점을 커버할수 있다.

장인정신(기술력)을 앞세운 기업은 "제조원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수 있어야 한다.

산요전기의 부활은 제조원브랜드의 위력을 증명한 사례다.

김경식 도쿄특파원 kimks@dc4.so-net.ne.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