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술 미래산업 사장(62)은 반도체 제조장비와 로봇장비의 국산화,이의 수출에 기여한 공로로 다산경영상을 받았다.

미래산업의 주생산품은 메카트로닉스 장비.반도체 제조장비인 테스트핸들러,칩마운터,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용 핸들러가 대표적인 제품.작년 매출은 4백18억원,올 매출은 1천8백억~2천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4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의 10배를 넘어섰다.

칩마운터의 지난 한달 매출은 1백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계열사로 인터넷 포털서비스업체인 라이코스코리아와 보안솔루션업체인 소프트포럼 등을 두고 있다.

미래산업은 자율경영을 통해 종업원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제품을 개발토록 해왔다.

앞선 기술을 토대로 미국 일본 등 세계 굴지의 기업을 판매대리점으로 거느리게 됐다.

정 사장은 지난해 매출액의 40%를 기술개발에 투자할 정도로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기업인이다.

"저는 기술약소국의 설움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맛본 사람입니다. 사업 초창기에 기술을 얻으러 선진국을 찾아다녔다가 갖가지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지요"

그는 돈벌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기술개발비를 벌기 위해 사업을 해왔다고 한다.

"기술이 뛰어나면 돈은 저절로 벌립니다. 코엑스의 10배쯤 되는 미국의 거대한 전시장에 가보면 세계 거인기업들의 기술향연장입니다. 소비자는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기술력의 차이를 알아내고 제품을 선택합니다. 무서운 일이지요"

기술개발을 위해 직원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유학보내는가 하면 연구개발비를 무제한 갖다 쓰도록 하고 있다.

외환위기후 매출이 줄었을 때 자금담당 임원와 연구원 사이에 연구비 문제로 마찰을 빚자 임원을 그만두게 했을 정도로 기술개발에 대한 집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미래산업은 사훈과 조회, 출근부가 없는 기업이다.

회사의 비전은 사원들 스스로 설정토록 하고 있다.

그는 종업원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마당을 만드는 역할만 충실히 한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돌멩이를 치우고 쌀을 사다 놓는 것.그 안에서 축구를 하건 진흙탕에 뒹굴건 자유이고 밥을 해먹건 죽을 끓이건 상관하지 않는다.

즐겁게 자발적으로 일하도록 하니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는 것.1백% 신뢰경영이다.

심지어 회사 인감마저 자신이 보관하지 않을 정도다.

그는 감투쓰기를 싫어한다.

유일한 대외직책은 벤처리더스클럽 회장.벤처기업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제대로 된 벤처문화를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벤처기업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저는 21세기를 이끌어갈 하나의 축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렇다고 "무늬만 벤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벤처기업인은 목숨을 걸고 기술을 개발하고 윤리적으로도 앞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일생을 살아오면서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밥값은 하고 있는가.

이제는 자문할 게 하나 늘었다고 한다.

상값은 하고 있는가.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