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는 일본제조업의 얼굴 기업가운데 하나다.

일본 간판기업으로서의 자존심을 내세워 세계적인 거대연합 추세속에서도 홀로 걷기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이 시비를 걸든말든 종신고용제를 고수하고, 창업주 가족인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경영의 큰틀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시대에 걸맞지 않은 일본식 경영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비해 라이벌 닛산자동차는 프랑스 르노의 힘을 빌려 회생을 시도하고 있다.

"코스트 컷의 귀재"로 통하는 카를로스 곤 최고집행책임자(COO)를 전면에 앞세워 대대적인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잇단 공장폐쇄,대규모 감원등으로 회사가 바람 잘 날이 없다.

도요타와 닛산의 이처럼 대조적인 경영을 중간평가할 수 있는 성적표가 최근 나왔다.

한마디로 도요타의 압승이다.

도요타자동차는 2000년3월기에 전기보다 14.2% 늘어난 4천68억엔의 최종이익(연결기준)을 냈다.

매출 또한 12조8천7백96억엔으로 1%가 늘어났다.

국내시장점유율이 42.1%로 2.3%포인트가 올랐다.

세계판매대수 또한 5백18만대로 10.4%나 늘어났다.

하지만 닛산은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올 3월기의 최종손익은 6천8백40억엔의 손실을 냈다.

사상최대규모다.

매출 또한 5조9천억엔에 그쳐 처음으로 혼다에도 밀려나고 말았다.

곤류개혁이 부진의 늪에 빠진 국내신차판매를 회복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스트 삭감만으로는 결코 회생할수 없음이 확인된 것이다.

도요타가 일본 자동차시장을 사실상 평정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결정적인 순간에 진가를 발휘하는 도요타의 위기의식을 꼽을 수 있다.

지난 3월 하순 도요타자동차에 비상이 걸렸다.

도요다 명예회장이 3월의 신차판매 감소와 관련,임원들을 질책하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전체시장이 3.3% 감소한 것을 감안할 때 별 문제가 될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나 거대조직이 비만증에 걸리지 않도록 위기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오쿠다 히로시 회장도 의식혁명을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지난 95년 고혈압으로 쓰러진 도요다 다쓰로 사장으로부터 바톤을 물려받았다.

사장을 맡았던 99년6월까지 국내시장점유율 40%대를 한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변할수 없는 것이 가장 나쁘다"며 의식혁명에 앞장섰다.

그때 시작한 빗쓰 팬카고등 세계전략소형차 뉴베이식카(NBC) 프로젝트가 대힛트,지난해 국내시장을 사실상 평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조 후지오 사장은 "미카와(본사가 있는 아이치현 도요타시)에서 쭉 있어온 간부들은 글로벌 경쟁의식이 없다"고 지적한다.

세계의 도요타로 홀로서기를 위해 또다시 위기의식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 dc4.so-net.ne.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