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를 바꾸는 하드웨어적인 기업구조조정은 많이 이뤄졌으나 기업경영의
관행을 혁신하는 소프트웨어적인 구조조정은 취약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전경련 산하 기업경영위원회
(위원장 박용오 두산 회장)와 기업구조조정특별위원회(위원장 김승연 한화
회장)가 개최한 기업구조조정사례 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구조조정 정책은 한국 경제의 각 부문에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글로벌 패러다임을 도입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기업경영의 관행과 문화를 바꾸는 소프트웨어적인 기업구조조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연설에 이어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한 기업들이 직접 구조조정의
추진배경과 경과, 기대효과 및 애로사항 등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그러나 세제 금융제도 및 법령, 절차상의 문제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혀 관련 제도 및 법령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발표내용을 간추린다.


<>기업구조조정의 필요성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은 한국 경제의 성장패턴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저임금에 의존했던 중저가 중심의 대량수출 전략은 한계에 이르렀다.

WTO(세계무역기구)의 출범으로 보호주의 언덕은 무너졌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은 개방과 국제적인 기준을 요구한다.

이런 경제환경 변화 속에서 성장활로를 모색하는 게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 추이와 성과 =제도와 외형을 교체하는 하드웨어적인 구조조정은
상당히 진척됐다.

예컨대 *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화 *상호지급보증 금지 *사외이사제도 도입
*기업회계준칙 선진화 *재벌 오너의 법적 책임 명확화 *감사선임위원회제도
도입 등이다.

기업들도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8개 업종에서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을
진행중이며 워크아웃을 벌였다.

그러나 기업경영 관행과 문화를 바꾸는 소프트웨어적인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다.


<>구조조정의 애로사항=워크아웃 대상 기업은 신뢰도 하락으로 공공공사
를 수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부동산 매각시 후순위 근저당을 해지할 수 없었다.

가압류도 풀 수 없었다.

국내 부동산 경기는 침체돼 전반적으로 자구계획 달성률이 저조했다.

외자유치 기업들은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데 애를 먹었다.

또한 첨단사업에 대한 투자희망자를 찾는데도 힘들었다.


<>향후 과제 =시장기능과 제도에 의한 구조조정의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기업들이 유상증자와 계열사 매각을 통해 빚을 갚도록 하고 기업구조조정
기구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

자구이행이 부진한 워크아웃 기업에 대해 엄격한 제제를 가해야 한다.

투명한 경영과 정당한 회계처리 관행도 바로 세워야 한다.

정부는 경영진의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강화하고
소액주주의 경영참여를 유도해야할 것이다.

기관투자가 및 외국인투자가의 주권행사를 제도화해야 한다.

기업은 사업전망 분석과 현금흐름을 중시한 여신심사기법을 도입하고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 정구학 기자 cg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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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구조조정 사례 ]

<> 기업분할 (한화종합화학)

- 99년7월 상장사 최초 기업분할(예정)
- 규모의 비경제 해소
- 책임경영기반 구축

<> 워크아웃 (동아건설)

- 98년6월5일 새 경영진 구성
- 1천600억원 신규 지원
- 출자전환금을 통한 차입금 802억원 감축

<> 기업분사 (편리한 세상)

- 핵심역량 중심의 조직재 구축
- 비핵심 역량은 외부화.분사회사는 자생력 강화

<> 외자유치 (아이네트)

- 98년9월 미국 통신사업자인 PSINet에서 외자유치
- 인터넷 선진노하우 도입.스톡옵션 도입

<> 전략적제휴 (한솔PCS)

- 98년8월 BCI와 전략적 제휴 계약 체결
- 통신업계 최초 외자유치.선진경영기법 도입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