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력 >

<> 43년 대전출생
<> 대전고,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대구은행 입행(67년)
<> 신한은행 입행(82년) 명동지점장 융자부장 영업부장 이사 상무 전무
은행장
<> 부인 이화자여사와 1남1녀
<> 취미는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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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4억달러 규모의 해외DR(주식예탁증서)를 성공적으로 발행한
지난 20일.

이인호 행장에게는 값진 성취감을 맛본 하루였다.

IMF 사태이후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해외DR 발행에 성공한 때문만은
아니다.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을 돌아다니며 투자가들과 만나느라 밤늦도록 잠을
못잔 것은 어차피 각오한 일이었다.

"국제금융에는 문외한"이라는 일부세평으로부터 이제는 자유로워졌다는게
뜻깊은 일이었다.

이 행장은 지난 2월 취임했다.

전무시절까지 이 행장의 행보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라응찬 전 행장의 그늘에 가려진 탓이다.

라 전 행장과는 80년대초 신한은행 창립초기부터 함께 일했다.

모셔야하는 상사로서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은행가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신한은행을 반석위에 올려 놓은 라
전 행장은 그에게 중압감마져 안겨주는 바위같은 존재였다.

행장에 취임하면서 그는 서서히 자기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우선 행보가 무척 빨라졌다.

다른 은행들이 바짝 긴장할 정도다.

빠른 결단으로 4억달러의 해외 DR 발행을 성공시켰다.

국내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한자리수의 대출을 시작했다.

우량 중소기업들에게는 연 6.5%의 초저금리를 제시했다.

다른 은행과 거래해온 기업들을 대거 유치했다.

대부분의 은행이 합병이나 해외매각 등으로 대오가 흐트러진 틈을 타
대공세를 시작했다.

이 행장이 직접 선두에 섰다.

이 행장은 화려한 스타일이 아니다.

일을 벌리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지만 내부다지기를 더욱 중시한다.

조직을 관리하고 시스템을 갖추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필요한 시스템은 이미 갖췄고 하루빨리 우리 것으로 정착시켜야 합니다.
준비된 선진시스템을 바탕으로 고객만족에 힘을 쏟는다면 외국은행과 경쟁
에서도 이길수 있을 것입니다"

이 행장은 씨티은행이나 HSBC와 같은 외국의 금융기관들이 국내에서 본격적
으로 영업을 하더라도 이제는 자신있게 맞설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한은행은 IMF체제전까지만 해도 부실이 적은 일류은행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부실했던 대형은행들이 합병을 통해 거대한 자본을 갖춘 은행으로
발돋움하면서 안심하기 어렵게 됐다.

외국계은행이나 합작은행들도 시간이 지나면 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여 일류은행 대열을 지킬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행장은 고객만족과 주주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그는 직원이 만족할 때에만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취임후 1백50여개의 점포를 일일이 돌아다닌 것도, 인터넷에 E메일 주소를
만든 것도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복장자유화 건의가 나오자마자 그가 먼저 색깔있는 와이셔츠를 입고 왔을
정도다.

이 행장은 매주 토요일 점포장이나 부서장들과 함께 가까운 산에 오른다.

심신도 단련하고 격의없는 대화를 나눈다.

그는 은행원이 갖춰야 할 최우선 덕목으로 "정직"을 꼽는다.

평범한 말이지만 남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융통성이 없다"는 소릴 들어도 좋다고 말한다.

또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장사꾼이 아니라 상대방과 내가 동시에 잘되는
상인의 도를 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행장이 이끄는 신한은행이 얼마만큼의 속도로 달려갈지 주목된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