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들의 손목을 잡아라"

시계업계가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신세대 공략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톡톡튀는 디자인 패션시계로 신세대의 감각을 자극하는가 하면 시계
본래의 기능보다 깜찍한 아이디어가 더 돋보이는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도
있다.

이는 예물시계를 주력으로 삼던 지금까지의 움직임과는 다른 것이다.

물론 시계업계가 젊은층 붙들기에 처음 나선 것은 아니다.

지난 80년대 후반기에도 대형메이커들이 "샤갈" "카파" 등의 브랜드로
승부를 건적이 있다.

그러나 많은 광고비를 쏟아붓고도 유행을 이끌어내는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때는 X세대 Y세대 하는식으로 신세대가 두터운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층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개성을 극도로 강조하는 신세대가 시장 중심에 자리잡자 시계업계가
이에 발맞춰 타깃을 바꾼 것이다.

국내업체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삼성시계.
올해초까지만해도 전력투구하다시피 키우던 예물시계 브랜드 "롤라이"
홍보를 일단락짓고 하반기들어서는 패션시계 "쎄씨(CeCi)"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분따라 패션따라,손목이 나만의 개성으로 빛난다"는 것이 이 브랜드의
모토.

깨끗한 선과 산뜻한 색상이 브랜드를 관통해 흐르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철저히 고집하면서도 가격은 5만~9만원선으로 저렴한
것이 쎄씨의 특징.

광고 컨셉트도 10대부터 20대초반에 맞추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요즘 세대들은 옷이나 기분에따라 또 요일에따라
시계를 바꿔 찰 정도"라며 "튀는 디자인으로 유행만 선도한다면
저가시계라도 수익성은 문제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로만손도 최근들어 패션시계로 점차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상쾌한 패션시간"이란 모토의 "미쏘니(MISONY)"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문자판을 파격적으로 디자인한 것을 비롯 전체적으로 세련된 디자인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는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

이 브랜드 역시 가격은 저렴하다.

아남시계도 "남다른 감각"을 모토로 패션정장시계 "카리타스"를
내놓았다.

청바지등 캐주얼에도 잘 어울리도록 디자인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제일시계가 내놓은 사각케이스의 팔찌형시계 "에드윈"시리즈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토로 한 김석근시계의 "르노마"도 패션시계를
표방하는 브랜드이다.

패션시계 바람은 세계적이다.

미국의 시계회사 타이멕스는 앙증맞은 미소가 문자판에 그려진
"조박서(Joe Boxer)" 시리즈로 히트를 치고 있다.

이 시계에 그려진 천진난만한 아이의 미소는 많은 젊은이들이 마스코트로
여길 정도.

세계최대의 시계메이커인 스위스 SMH사도 올해초 피에르 발만의 시계
브랜드를 인수, 신세대를 겨냥한 패션시계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브랜드인 스와치는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을 대거 동원,
패션시계 "팝"과 "팝업"을 선보이고 있다.

한편 깜찍한 아이디어시계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조이라이프는 빛과 소리센서가 내장돼 일정 크기의 소리를 내면 문자판에
불이 자동으로 켜지는 시계를 개발했다.

또 시계추의 움직임에 따라 문자판에 그려진 사람들이 달리기등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도록 설계된 시계도 국내에 수입돼 인기를 얻고 있다.

스와치는 최근 원통형 몸체에 시계눈금이 저울처럼 위에서 아래로
새겨진 신모델을 발표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신세대 감성에 맞는 디자인 개발로 업계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시계가 토털패션의 일부로 자리잡으면서 다른 패션의 유행색과
디자인추세에 점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