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의 정범진(62) 총장.

그는 최근 교내 정보시스템 구축작업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99년까지 계속될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을 통해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강의를 받을수 있는 완벽한 "사이버 강의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총장은 이와함께 2000년내에 성균관대학교를 세계 최고의 정보화대학으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1백억원의 자금을 투자, 디지털도서관 교내행정전산망 초고속
연구망 재택강의 등 정보화에 필요한 기본인프라를 갖추는 1단계 사업에
착수했다.

정총장이 이같이 의욕적인 정보화사업에 나선데는 그와 컴퓨터와의 남다른
첫 만남이 한몫하고 있다.

컴퓨터와의 첫 조우는 10년전 대만에서 중국학관련 교환교수로 재직하면서
이다.

당시 연구논문 작성을 필사나 타이핑에 의존하는 처지였던 국내 학계에 비해
비슷한 경제력의 대만 학계에서는 컴퓨터사용이 상당히 진행되어 있었다.

조교나 교수 등이 손쉽게 연구논문을 고치고 출력하는 것을 보고 그는
"아차"하지 않을수 없었다고 한다.

연구실적도 기본 인프라의 영향을 상당히 받을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정총장은 빠듯한 예산을 쪼개 당장 최신 기종의 에이서컴퓨터를 구입,
컴맹 탈출에 나섰다.

독학으로 배운 컴퓨터로 수십편의 중국학 관련 논문을 작성하는 한편 각종
저술작업을 했다.

귀국해서 동료교수와 학생들에게 컴퓨터 사용을 권장하는 "정보화의 전도사"
역할을 자청한 것은 물론이다.

그는 최근 들어 인터넷 여행에 푹 빠져 있다.

성균관대학교 홈페이지에서 새로운 교내뉴스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것은 물론 세계 유수 대학을 둘러본다.

그러나 "업무에 쫓겨 시간을 낼수 없을 때가 많다"며 아쉬워 한다.

정총장은 앞으로 학생 교수 교직원이 교내 어디서든 인터넷접속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들려줬다.

"가장 많은 정보를 갖는 가장 앞서가는 대학"을 만든다는게 그가 갖고 있는
청사진의 목표이다.

정총장은 또 유교윤리와 정보화의 접목작업에도 들어갔다.

"정보화와 유교윤리가 다소 개념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느낌이지만 사실
정보화는 윤리의식이 희박해진 우리사회에 건강한 윤리의식을 가장 충실히
전파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젊은층이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과 PC통신 등 정보네트워크를 통해
친숙하고 알기쉬운 유교윤리를 확산시키겠다는 것.

이를 위해 그는 성균관대학교 개교 6백주년 기념사업회내에 "동양학센터"를
두고 유교윤리에 대한 연구와 홍보를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교직생활을 "전통사상과 첨단사회의 조화"를 통해 건강한 사회를
가꾸는 일에 바치겠다는 그의 꿈이 언제쯤 이루어질지 기대된다.

< 글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