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K씨는 지난 92년부터 사용해온 386컴퓨터를 펜티엄급 PC로
바꾸기로 최근 결정했다.

대학시절 워드프로세서로 쓰는데는 386컴퓨터가 그런대로 무리가
없었으나 통신과 동영상 등 각종 멀티미디어기능을 지원하기에는 역부족
이어서다.

그러나 컴퓨터를 그대로 쓰레기와 함께 버리자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아직 쓸만한 제품이다.

시간이 없어서지 마음만 먹으면 업그레이드시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중고PC여서 살려는 사람도 없을 것 같고 공짜로 주자니 필요한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던 중 K씨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중고PC를 사서 재활용하는 "중고컴퓨터 재활용조합"이 결성된다는 소식.

용산전자상가에서 중고PC매매를 하고 있는 CC마트 진시스템을 비롯한
전국의 30여개 유통업체가 이달말 전국 규모의 중고PC유통망을 마련키로
한 것.

이 협회에서는 앞으로 386 DX급의 경우 최고 20만원대에, 486급은
35만원, 펜티엄급은 60만~70만원대에 중고PC를 매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동구매센터"도 마련, 중고PC를 팔려는 전화만 있으면 곧장 달려간다.

컴퓨터를 버리는데 드는 폐기비용이 들지 않을 뿐아니라 돈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도 중고PC유통을 돕기위해 하이텔 천리안 등 국내 PC통신망의
초기화면에 "중고PC유통코너"를 개설, PC통신망에서의 대량 매매가
가능토록 지원키로 했다.

이 코너는 이달말께 4개 통신망에 일제히 개설될 예정이다.

이렇게 수집된 중고PC는 CC마트와 제승인터내셔널 강남엔지니어링 등
기존 중고PC 수출업체를 통해 미얀마 베트남 말레이시아등 일부 동남아
국가에 더 많이 수출될 전망이다.

뿐만아니라 불가용PC, 즉 재활용이 불가능한 286급이하의 PC를 무료로
폐기처분해주는 재활용센터도 있다.

95년 2월 환경부산하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전국 가전가구 재활용
협의회"가 그것.

이 협의회는 서울 17곳을 비롯, 전국 88개사업장에서 재활용센터를
운영중이다.

이 곳에서는 그동안 주로 가전제품과 가구 등 대형 폐기물을 무상으로
수거, 필요한 부품을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그냥 태우거나 묻어버렸다.

이 협회는 이제 PC쪽으로 눈을 돌렸다.

박형규 회장은 "앞으로 수거되는 불가용PC가 큰 돈벌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PC에는 PCB (인쇄회로기판)가 들어 있다.

PCB를 잘 분해하면 PC 1천대당 금 7백g과 은 1kg, 동 1백kg 가량의
가용물질을 추출해 낼 수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7백50만~9백만원정도.

그러나 이 사업이 수익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연간 15만대이상의
불가용PC가 필요하다.

정보통신부가 최근 내놓은 "PC재사용 및 재활용 방안"은 96년말 현재
6백23만대의 PC가 사용중이며 연간 60만대 가량이 중고PC시장에서
유통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중 폐기처분되는 양이 연간 20만대 (96년말 현재) 가량이고 이를
모두 수집할 유통망만 갖춘다면 충분한 수익성을 가진 사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