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그룹이 추진중인 자구노력은 한마디로 진로가 택할수 있는 마지막카드
가 오로지 보유부동산매각과 사업구조조정을 통한 체중감량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올해로 창업73주년을 맞는 진로그룹은 국내소주시장의 절반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진로소주 덕택에 순탄한 고성장가도를 달려 왔다.

그러나 미국의 쿠어스맥주와 진로쿠어스맥주를 합작설립한 지난 94년부터
맥주시장진입을 위한 대규모의 투자가 단행됐고 카스브랜드로 제품을 시판한
이후부터는 OB, 조선맥주와의 광고판촉전에 엄청난 자금이 동원돼야 했다.

진로그룹관계자는 카스맥주의 순조로운 시장정착에 힘입어 올해부터는
맥주사업에서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자금순환측면에서 볼때 맥주사업에 지금까지 투자된 2천5백억원의
자금은 진로그룹전체에도 적지 않은 후유증(금융부담)을 안겨준 것으로
분석된다.

진로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건설, 유통업과 해외투자도 진로의 발목을 잡아
당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법정관리상태에 있던 세림개발을 지난90년 매입한뒤 경영정상화를 위해
2천억여원을 쏟아부은 진로건설은 다각도의 노력끝에 지난해말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성공했으나 무리한 투자와 아파트사업부진등으로 지난해
3백50억원의 적자를 냈다.

또 진로종합유통(백화점)과 진로베스토아(편의점)이 주축이 된 유통업도
들어오는 돈보다는 나가는 돈이 많은데다 세계화전략차원에서 추진해온
러시아, 중국등지의 해외투자도 역시 지난해까지는 성과가 미미했다는 것이
그룹측의 고백이다.

자기자본 1천6백89억원에 부채총액 3조7천억여원의 자금위기에 몰렸지만
진로그룹측은 자구노력의 성과를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많은 공을 들인 의료기, 에너지변환장치등 해외첨단산업투자에서 성과가
가시화되기 시작, 올해만도 1천6백만달러, 내년 5천3백만달러의 수익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또 진로소주가 일본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등 해외시장에서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도 자금난에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국내경기호전여부와 금융기관의 태도가 큰 변수가 되고 있지만 계획대로만
자산매각이 추진될 경우 지금의 시련은 오히려 체질강화를 위한 좋은
경험이 될것이라는게 진로의 기대이다.

<양승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