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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에 A급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을 강타한 보험허리케인 "보험브로커" 제도다.

국내 40만 보험인들은 어디로 피난을 가야할지 밤잠을 설친다.

게다가 보험료 자유화 국경간 거래(Cross-Border) 허용 재보험 자유화 등
복합 변혁의 소용돌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다.

해방후 반세기를 맞은 국내 보험산업은 이제 변혁의 기로에 섰다.

까딱 했다간 외국사업자가 코 베가는 세상이다.

보험판매채널의 일대 변혁을 몰고올 보험브로커 제도의 전망.문제점을
시리즈로 엮는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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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설계사로 3년째 뛰고 있는 K양(25).

내년 4월 시행될 보험중개인 제도가 발표되는 것(21일)을 보고 입술을
깨문다.

"그렇다.

설계사보다는 브로커로 성공할테다.

급변하는 보험시장에서 군계일학이 될거다"

K양뿐이 아니다.

손해보험사의 기업보험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L부장.

그는 벌써 며칠째 퇴근을 하면 보험공부를 하러 아예 동네 독서실로
달려간다.

"명예퇴직한 친구 몇 명과 함께 보험중개법인을 차려볼 생각입니다"

''혹시 부동산중개인처럼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해보지만 우선 자격증은
따고 볼일이다"고 L부장은 각오를 다진다.

보험브로커는 간단히 보면 보험복덕방.

보험을 중개해주고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게 본업이다.

가끔은 계약자가 수고비도 줄 것이다.

이런 점은 부동산중개인과 다를바 없다.

하지만 보험브로커는 고도의 전문성과 마당발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부동산중개인과 성격이 다르다.

기존의 보험대리점이나 설계사 조직은 아마추어 보험세일즈였다면
보험브로커는 프로라야 살아남는다.

우선 손해보험 브로커제도가 내년 4월부터 생긴다.

98년 4월엔 생명보험브로커와 외국브로커도 등장한다.

이때까지 보험모집인들은 모두 특정 회사의 전속이었다.

그러나 브로커는 여러회사 상품을 같이 취급한다.

어느 회사 물건을 팔아줄지는 브로커들 마음대로다.

보험사와 브로커의 ''힘의 관계''는 설계사들과는 천지딴판일게 뻔하다.

그래서 보험브로커의 탄생은 기존 보험판매조직의 변혁을 필연코 수반한다.

보험중매쟁이의 수첩엔 신랑(보험계약자)을 위해 양가집 규수(보험회사)를
맺어줄 신부후보들로 빽빽할테다.

보험회사에 "이리 오너라"라고 소리칠 보험중매꾼들.

예전같으면 어림없는 소리다.

신부의 얼굴격인 보험료가 보험사마다 똑같다보니 설사 뚜쟁이가 있다한들
신랑(계약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때문에 아마추어들인 보험설계사와 대리점들은 모두 특정 회사의 전속으로
뛰었었다.

여기에 보험료 규제도 풀린다.

보험뚜쟁이들은 웬만한 보험사만한 기업형 보험복덩방까지 차릴수 있다.

보험사는 앞으로 눈꼴이 시려도 보험중개인에게 잘 보여야 한다.

보험료 자율화와 보험시장 개방시대에 태어날 보험뚜쟁이 세상이기 때문.

보험료는 얼마나 떨어질지 모른다.

손보사의 경우 자동차보험 적자보전을 위해 다른 손해보험에서 과다한
보험모집수당 등을 통해 거품보험료를 받아온 것도 사실.

이제 보험거간꾼들이 "우리를 통하면 보험료를 깍을수 있다"며 보험소비자
에게 큰 소리 칠게 뻔하다.

형제(11개 손해보험사)끼리 오붓하게 살자고 다짐했던 국내 손보업계의
"아아 예날이여"라고 노래할 수밖에 없다.

벌써 "나부터 살고보자"며 재주껏 보험료를 깍아주는 말썽꾸러기가 나온걸
보면 동맹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세상이 변하자 설계사와 대리점을 해온 40만 보험재래시장의 상인들은
앞날이 막막하다.

텔레마케팅(TM) DM(우편물 발송) 인터넷 판매다 해서 자구책마련에 나섰다.

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는 "개방속도를 늦춰달라"고 아우성도 쳐봤다.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구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