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소 우주사업단 다목적실용위성개발그룹 최해진박사(37)는
좀처럼 언성을 높이는 법이 없다.

"머리로는 첨단과학을 생각하되 일상생활에서는 결코 튀지 말라"는 부친의
말을 거스르지 않는 그는 주변사람들에게 언제나 깔끔한 모범생으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바다 건너 미국인들의 그에 대한 시각은 180도 다르다.

완벽한 "싸움꾼"이요, "깡패"와 다름없다.

다목적실용위성을 공동개발하고 있는 미 TRW사에 팀원과 함께 파견된
지난해 8월이후 1년간 위성관련 기본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그가 보여준
찰거머리근성에서 비롯된 오해 아닌 오해이다.

미 UCLA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90년 항우연에 합류, 우리나라의 위성관련
사업 1세대로 활약해온 그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시스템엔지니어로 다목적실용위성의 설계및 검증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모두 2,000억여원이 투입될 이 사업에는 항우연을 주축으로 한 국내
연구소및 학계와 7개 업체가 참여, TRW사와함께 밤낮없이 씨름하고 있다.

위성의 기본 구조물인 본체는 현재 상세설계를 마친 상태.

최대해상도 6.6m인 전자광학카메라, 1km의 해상도를 갖는 광대역카메라,
이온층전자분포와 고에너지우주입자를 측정할수 있는 과학실험장비등 각종
탑재체에 대한 설계도 올 연말까지 모두 마무리될 예정.

본체와 탑재체에 대한 설계는 내년 4월께 최종 확정, 5월부터 TRW사에서
준비행모델을 제작 실험하고 실제비행모델은 항우연에서 우리손으로 만든다
는게 기본구도.

각종 부품의 국산화율 목표는 60%.

완성된 위성은 99년 7월께 미 OSC사의 토러스로켓에 실어 685 상공에 띄워
올려질 예정이다.

수명 3년의 이 위성은 지구를 하루 14바퀴씩 도는데 한반도상공을 통과하는
오전과 오후 10시50분을 전후한 각 8분정도의 시간을 활용, 한반도 전역에
대한 입체지도제작에 필요한 사진촬영과 해수관측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지금까지 참여인력 모두가 합심해 완벽한 화음을 내고 있어 모든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위성관련 원천기술의 습득도
그렇고요"

그는 이번 프로젝트수행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는 우리힘만으로도 완벽한
위성체를 개발하는 한편 국제우주개발프로젝트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위성사업은 안전성개념이 최우선으로 강조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적용될 여지가 적지만 보다 창조적인 시각과 열린 마음으로 접근할수 있는
후배들이 많이 나와 앞으로 위성및 우주개발사업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희망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