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대회의실.

이해규사장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키위해 임원들이 속속 들어섰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그들의 손에선 희의자료나 서류철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검정색의 작은 손가방 하나만 달랑 들려져 있었다.

잠시후 손가방에서 486급 노트북 컴퓨터(PC)를 꺼내 테이블에 설치된
라인에 접속시키자 "삑"하는 기계음과 함께 회의자료 화면이 일제히
나타났다.

이사장이 인사를 한후 곧바로 노트북 마우스를 움직여 화면에 나타난
지난 1.4분기의 경영실적 보고서와 그림을 훑어본다.

임원들도 액정화면에 나타난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보면서 경영실적을
브리핑했다.

"노트북 회의"다.

삼성중공업의 노트북회의는 이대원부회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컴퓨터매니아"인 이부회장이 서류없는 사무실을 실현하고 임직원들의
인터넷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3우러부터는 모든 임원회의를 노트북으로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노트북회의로 시간과 종이의 낭비를 크게 줄였다.

"회의를 한번하면 참석자 개인이 받아보는 자료만 해도 40매정도 된다.
50명정도가 참석하는 생산팀웍회의 경우엔 복사용지만 2천매가 소요됐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황정열전무)

노트북회의는 또 회의주관부서가 각 해당부서에 회의자료를 문서로 요청
하고 다시 문서로 받던 과정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12개사업부에 각각의 파일이름(FILE NAME)을 부여한 후 운영컴퓨터
(FILESUB)를 통해 회의자료를 컴퓨터로 수신하면 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달부터는 노트북회의를 생산 지원부문의 임원과 부장급이
참석하는 월간 생산팀웍회의까지 확대했다.

더 나아가 서울본사와 거제조선소간 부서단위는 물론 개인간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외지사간 회의도 인터넷을 통해 진행함으로써 서류를
완전히 추방키로 했다.

<이의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