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흑자시대를 열어라''

LG유통 보광훼미리마트 등 편의점업체들이 올해 내건 구호다.

지난 88년 체계화된 선진유통업으로 각광을 받으며 등장한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편의점이 ''만년적자사업''으로 전락한지 벌써 오래다.

도입 9년째를 맞는 지금까지 한번도 적자를 면해 보지 못했다.

편의점업계에는 선두업체를 중심으로 올해만큼은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팽배하다.

지난 2,3년간 내실경영으로 다져진 기반위에 흑자원년을 열어보겠다는 계산
이다.

"1만원이라도 흑자를 낸다".

LG유통 편의점사업부의 올해 캐치프레이즈다.

편의점업계에서 흑자원년을 가장 먼저 열겠다는 의지가 집약돼 있다.

지난 2,3년간 연초마다 "흑자를 내겠다"고 공언해온 보광훼미리마트도
편의점 최대업체로서 다른회사에 흑자원년의 테이프를 끊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LG유통 편의점사업부는 올해 우선 서울과 수도권지역에서부터 손익분기점
제로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가맹점들이 본사에 얼마나 실익을 주는가를 판단하는 "공헌
이익" 개념을 도입했다.

공헌이익은 가맹점이 본사에 내는 로열티에서 본사에서 가맹점에 들어가는
직간접비용을 뺀 수치를 의미한다.

본사에 대한 기여도를 정확히 판단, 점포평가와 관리를 해나가겠다는 전략
이다.

또 취급상품의 범위를 소프트웨어분야등 다른 편의점에서 다루지 않는
부문까지 확대하는 한편 각 부문의 품목수를 줄여 짜임새있는 상품구성으로
구매적중률을 높일 계획이다.

LG유통은 연말까지 1백개 점포를 오픈, 전체점포수를 4백여개로 늘려
"규모의 경제"효과도 높이기로 했다.

보광훼미리마트는 물류비절감을 통한 비용줄이기부터 시작하고 있다.

오는 5월 영남물류센터가 완공되면 전자선품시스템(DPS) 가동으로 상품
하나하나의 관리가 가능해 재고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1백30개매장을 신규출점하는 외형성장외에 지난해말
도입한 스캔발주시스템 강화, PB(자체상표)상품 확대등으로 내실 성장을
다져 하반기중 손익분기점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규모나 운영체제면에서 훼미리마트가 가장 먼저 흑자를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유통(로손) 롯데(세븐일레븐) 동양마트(바이더웨이) 미원통상
(미니스톱)등 점포수 2백50개미만의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에서 볼때 손익
분기점을 논하기 이른 상태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운영체제 개선과 매장관리 강화등으로 질적 성장을
이룩, 적자폭 축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코오롱유통은 올 상반기 점포별 표준재고관리제도를 도입한다.

정확한 상품별 표준재고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적정량의 발주로 상품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미원통상은 상품을 부문별로 파악하기보다 하나하나 단품별로 매출순위를
매기는 단품관리, 진열방법표준화등으로 매장운영의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같은 편의점업계의 몸부림이 실제로 흑자실현으로 나타날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편의점업체들이 적자폭 축소를 위해 내놓은 카드인 부실점포정리 점포당
이익증대 투자규모축소가 과연 효과적일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금융비용 임대료 전기수도료등 각종코스트의 지속적인 상승이 이익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는데다 폐점에 따른 설비포기비용의 부담, 출점자제로 인한
전체매출증가율 둔화등이 복병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권수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