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어음( CP )과 양도서예금증서( CP ) 채권등의 증도환매
이자도 종합과세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한것은 이번 세제개편이 금융소득
종합과세제를 지나치게 약화시켜 놓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종합과세 대상을 극히 일부의 고소득자로 국한시켜 놓은
상황에서 굵직한 대상들을 또다시 분리과세나 비과세로 빼주어 금융소득
종합과세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말았다는 비판을 의식한 결과다.

간단히 말해 종합과세의 ''예외''는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결국 이번조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기존의 ''원칙''을 전면 뒤집은 결과가 됐다.

시장에 다소간의 충격이 오더라도 개혁조치의 효과가 분명하게
나오도록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결과가 됐다는 말이다.

이로인해 정부는 개혁의지를 다시한번 입증하는 명분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이같은 중차대한 제도의 시행방안을 며칠만에 뒤집는 등
갈팡질팡 함으로써 정책의 신뢰도에는 큰 흠집을 남기게 됐다.

특히 금융권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종합과세회피용으로 알려지면서 선호되던 상품들이 전면적으로 종합과세
대상으로 포함돼 상품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양도성예금증서나 기업어음 개발신탁등에 들어있던 자금들이 무더기로
빠져 나갈 것이라는게 은행과 투자금융사들의 반응이다.

종합과세회피처로 남은 주식과 만기5년이상의 장기채권 공사채형 수익증권
쪽으로 옮겨가리라는 예상이다.

이 결과 주식시장엔 상당규모의 자금유입 요인이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수신기반이 약해질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제로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켜 제도금융권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게 은행권의 반응이다.

기존의 종합과세 제외대상상품에까지 보유기간을 일일이 따져 세금을
매길 정도로 금융실명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자세가 분명해진
만큼 관망세를 보던 자금들이 금융권을 이탈할 가능성이 없지않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금융실명제로 자금주의 신분과 자금의 흐름이 언제든지 확인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제도금융권 기피 현상은 예상보다 심해질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도금융권 이탈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차명거래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은
훨씬 커졌다는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개인간의 거래는 추적이 불가능해 과세하지않고 금융기관과 거래할 때만
과세하기 때문에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리인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밖에 기업어음의 상품성을 떨어뜨려놓아 최악의 경우엔 기업자금조달을
경색시킬 가능성도 없지않다고 투자금융사들은 분석하기도 한다.

결국 정부는 금융실명제를 명실상부하게 보강시켰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또다른 비난은 피할 길이
없게 됐다.

금융시장은 유리그릇 같기 때문에 조심해서 다루어야하며 개혁조치는 우선
''정착''이 중요하다는 그간의 강조도 공허한 말이 돼버렸다.

기업어음의 중도환매 이자는 종합과세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발표한지
5일만에 이를 전면적으로 뒤집은 결과가 돼 국민들이 이번의 입장변화를
얼마나 믿어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만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