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사고에 따른 보상시비로 연간 소송건수가 1만건에 육박하면서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기준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반면 법원의
판결은 피해자보호 차원에서 다소 후한 편이어서 보상금을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면 "소송"을 내는게 유리하다는 여론이 보편화된 탓이다.

이에따라 교통사고 관련 소송에 개입하는 변호사나 브로커가 성업중이며
이는 또다른 보험금 누수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할 보험금의 일부가 소송의 대가라는 명목으로
변호사에게 애꿎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낸 돈이 변호사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 주는 셈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과실불문(No-Fault)보험제도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는 견해가 국내에도 대두돼 관심을 모우고 있다.

과실불문보험은 가해자의 과실책임유무에 관계없이 육체적인 피해를 입은
이에게 보험사가 보상금을 직접 지급하는 것으로 자동차손해배상책임보험의
특약형태를 취한다.

다시말해 이보험에 가입한 자동차의 소유자와 그가족, 또는 운전을
허락받은 사람이 타인에게 신체상 손해를 입혔을 경우 일정금액의 경제적
손실에 대해 사고원인을 묻지 않고 보험사가 보상을 책임지는 것.

뉴욕주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의료비와
사고로 인해 얻지 못한 소득등 피해자의 경제적 손실에 대해 1인당 5만달러
이내에서 보상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음주운전이나 범죄행위등 명백한 불법행위나 고의로 자기를 상해했을
때는 보상대상에 제외되나 이제도가 도입된 뒤부터 교통사고 관련 소송이
급격하게 줄어 보험사와 가입자 피해자에게 도움을 줬을 뿐만 아니라 법원
에도 업무감소라는 혜택을 보았다고 한다.

지난71년 미국 매사츄세츠주에서 과실불문보험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한
이후 현재 뉴욕주 뉴저지주등 25개 주와 워싱턴DC 푸에리토리코 자치령이
이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보험업계 일각에서 이제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소송이 너무 많고
이에 따른 비용문제가 향후 보험가격 자유화시대에 불가피한 사업비축소및
서비스경쟁에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과실불문보험제도를 국내에 도입하는데 있어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연 이제도가 연 1만건에 달하는 교통사고 관련 소송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가.피해자간의 과실을 따지지 않는다는게 양자간 형평에 맞고
교통사고 최다국의 오명을 지닌 우리현실에서 사고억제효과가 있는지도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

또 이제도는 보험료를 크게 올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이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어느 주에선 75년에서 82년사이에 보험료
가 무려 1백62%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과실불문보험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는 측은 부대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소송 결과가 과연 합리적이고 정의로운가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