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의 "정책화두"는 국제화와 지방화로 모아진다.

빠르면 내년1월, 늦어도 7월부터는 우리경제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WTO
(세계무역기구)체제가 정식 출범한다.

3월이후에는 광역지자체장 선거가 시작되면서 명실상부한 "지방자율 경영
시대"가 시작된다.

국제화와 지방화의 급속한 물결속에서 적응에 몸부림쳐야 할 부문으론
농업과 함께 중소기업계가 꼽힌다.

정부가 30일 확정 발표한 "95년도 중소기업 육성시책"은 이런 잣대를 갖고
나름의 해법으로 제시된 셈이다.

시책의 기본방향은 크게 네 갈래다.

경쟁력강화 경영기반조성 지방중기본격육성과 지원체제정비가 그것이다.

가속화되는 국제화.개방화의 환경에 중소기업들이 자생력있게 대응토록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중요하다는
구상에서 경쟁력강화와 경영기반조성을 들고 나왔다.

지방화시대에 대비해서는 지방중소기업의 본격육성과 산업저변확충을
역점시책으로 추진하겠다는 발상이기도 하다.

"경쟁력강화"의 백미는 자동화사업이라는게 상공자원부의 인식이다.

내년중 1조원의 자동화사업자금을 조성, 제조업전업률이 50%이상인
3천여개 중소기업들에 집중 지원키로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지원조건은 연리7%, 3년거치 5년분할상환으로 돼있다.

자금지원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시화공단내에 건평 3천8백여평 규모의 자동화센터를 설치한다는 계획도
아울러 내놨다.

중소기업들의 자동화사업을 종합 지원하기 위해서다.

경영기반 조성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이제까지 주력해온 "생산"쪽에서
"판매"쪽으로 정책지원의 촛점을 바꿨다는 점이다.

2백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서울 목동지역에 연면적 9천평규모의 중소기업
제품 상설전시.판매장을 짓기로 한 게 그 예다.

지방거점도시 2곳을 선정해 같은 전시.판매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마케팅중시"는 중소기업제품 수요창출을 위해 연계생산지원센터를 설치
하겠다는 구상에서도 확인된다.

지방중소기업의 본격 육성및 산업저변확충시책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의 지정과 시.도별 중소기업 종합지원센터
설치 계획.

특별지원지역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낙후된 시.도중에서 우선 3군데 가량의
공단을 골라 금융 세제등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는 일종의 "내국기업
경제특구"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설치근거는 이미 정부내 합의가 이뤄진 지역균형개발법에 마련돼 있다.

시.도별 공업배치기본계획에서 설정된 공업생산실적에서 "현저히 미달된"
지역을 골라 공단 1개씩을 지정키로 했다.

이 공단에 입주하는 기업에는 소득발생년도를 기점으로 5년간 소득세등
국세를 50% 깎아주며 지방세도 관할 시.도에서 징수조례 개정을 통해
취득세 등록세 종합토지세 재산세등을 농공단지수준으로 감면하는 것으로
돼있다.

금융부문에선 중소기업 육성자금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되 중앙정부와 시.도
가 50대 50으로 출연케 돼있는 연계비율을 지방쪽이 덜 출연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혜택을 준다는 구상이다.

공업배치계획상 공업생산실적이 30%이상 미달돼 가장 낙후돼있는 지역은
전북과 전남.광주다.

다음으론 충남과 강원도가 20%이상 미달돼있고 대구.경북 부산도 10%가량
부족한 상태다.

상공자원부는 이중에서 전북 전남등 3개시.도를 대상지역으로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중소기업 종합지원센터는 시.도내에 흩어져 있는 각종 중소기업관련
기관을 한군데 입주시켜 정보 기술 판로등에서 "원스톱"형태의 행정지원을
하는 것으로 돼있다.

재정자금의 제약으로 내년에는 우선 2개 시.도에만 시범 설치한다는
계획이지만 벌써 인천 강원 경남등 7개시.도가 치열하게 유치경합을 벌이고
있어 상공자원부 관계자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상공자원부는 이와함께 복잡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제로베이스에서
점검해 단순화하는등의 지원체제 정비를 아울러 추진키로 했다.

예컨대 <>유망중소기업 <>기술집약적 중소기업 <>유망선진기술기업등
이름만 다를 뿐 취지가 같은 지원대상 기업들을 하나의 지원체계로
묶는다든지 <>계열화 시범업체 <>근대화 육성업종 <>근대화실천 승인업체등
유명무실해진 지원제도를 철폐한다는 방침이다.

상공자원부의 이런 내년도 중소기업 육성시책을 뒤집어서 보면 "백화점식
나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테마"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상공자원부도 이 점을 고민하고 있다.

정작 중소기업들이 가장 절실히 바라는 것은 필요할 때 경쟁력있는 비용
으로 자금을 끌어 쓸 수있도록 해주는 일이다.

상공자원부가 일본통산성의 예를 본따서 중소기업들에 대한 재정자금을
전담 대출해 주는 가칭 "중소기업 금융공사"의 설립을 추진키로 한 것은
그런 중소기업들의 "가려운 곳"에 대한 나름의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이 안은 이번 시책에 내놓지도 못했다.

경제기획원 재무부등 정부내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좀더
"뜸"을 들이자는 생각에서다.

오영교상공자원부 중소기업국장은 "UR(우루과이 라운드)로 당장 발등의
불을 맞게된 것은 농업분야 만이 아니다.

중소기업들도 그에 못지않게 대응방안 지원이 시급하다"며 "조만간 학계
금융계 업계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어 중소기업들에
대한 후속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