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획원이 경제정책의 사령탑으로서의 위치를 다시 찾아가고 있다.
27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김영삼대통령 주재로 열린 9차 신경제추진회의에서
이런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번 회의는 준비과정에서 진행방식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신경제추진회의
와는 딴판이다. 우선 박재윤수석의 입김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종전에는 회의 내용을 일일이 박수석에게 보고하고 자료명칭까지
일일이 지시를 받았으나 이번에는 기획원이 사실상 독자적으로 회의를 준비
했다는 것. 보고자료를 만들기위해 재무부 상공자원부 농림수산부등 관계부
처는 물론 한은KDI KIET등과 협의를 거쳤으며 1급 및 장차관회의를 여는등
명실상부하게 경제부처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얘기다.

회의주제도 달라졌다. 신경제추진회의에서는 지금까지 기술개발 규제완화
등 신경제계획의 한가지 토픽을 주제로 삼았으나 이번에는 경제동향전반을
점검하는데 중점이 두어졌다. "한가지 주제만을 선택할 경우 경제흐름을
놓칠 우려가 있다"는 게 기획원관리들의 설명이다. 앞으로도 경제동향을
전체적으로 점검해 그때그때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회의도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 시간이 늘어나고 참석자
들도 경제관련인사로 제한됐다. 예컨대 비경제부처장관들은 초청대상에서
제외됐다. 실물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대통령을 비롯한 경제관료들이
실감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자유토론을 유도하고 경제관련 인사로 참석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회의 참석인원을 과거 300여명에서 50~70명을 줄인것도
심도있는 토론을 위한 배려였다는 설명이다.

<>.신경제추진회의가 이처럼 탈바꿈한 것은 정재석부총리와 한이헌 기획원
차관이 의견이었다는 것.

정부총리와 한차관은 지난번 신경제회의까지는 청와대 경제비서실측의
주문대로 회의를 치렀으나 이번만은 기획원주도로 회의를 진행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는 것.

물론 이번 회의에서도 과거처럼 신경제5개년계획의 94년 2.4분기 추진
계획이 두툼하게 자료로 제공됐으나 기획원관리들은 이보다는 "최근 경제
동향과 당면시책과제"를 강조해 신경제계획에는 큰 비중을 두지않았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종전 관행과는 달리 한차관이 보고자로 나서고
기획원 기자들에게도 회의장 취재를 허용하는등 기획원이 회의전체를
주도하는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