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산차에도 일반화돼 있는 스마트키는 1990년대 중반 독일 자동차부품회사 지멘스가 개발했다. 당시 처음 선보였던 스마트키는 1997년 메르세데스벤츠가 기술 디자인 특허를 획득한 뒤 1998년 W220 S클래스에 적용했고, 벤츠는 이를 ‘키리스 고(keyless go)’ 시스템으로 불렀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키의 편리함을 인정하자 이후 BMW와 볼보, 렉서스 등이 앞다퉈 스마트키를 채택했고, 회사마다 기능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이름을 붙였다. 국내에는 ‘스마트키’라는 용어가 일반화돼 있지만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만 줄잡아 27개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패스트키(fast key)’, ‘인텔리전트 키(intelligent key)’, ‘어드밴스드 키(advanced key)’ 등이 있다.

지금이야 스마트키에 다양한 기능이 포함됐지만 처음 나왔을 때나 지금이나 기본 역할은 변함이 없다. 키를 휴대하고 있기만 하면 된다. 차에 가까이 가면 잠금장치가 해제되고, 멀리 떨어지면 잠금장치가 작동한다. 차에 앉았을 때는 버튼을 누르거나 시동 스위치를 돌리면 그만이다. 굳이 키를 홀더에 넣어 엔진을 점화하던 시대에 작별을 고한 셈이다.

기아차 K7 스마트 키
기아차 K7 스마트 키
최근 스마트키에는 다양한 기능이 포함되고 있다. 잠금장치 작동에서 벗어나 메모리시트와 연동돼 여러 사람의 시트 포지션은 물론 사이드미러 위치까지 지정해 놓을 수 있고, 스마트키의 잠금과 해제 버튼으로 차 안의 선루프와 윈도까지 여닫을 수 있다. 무언가 여닫는 기능이 필요하면 언제든 스마트키를 통해 전자식으로 교신할 수 있게 됐다.

일부에선 스마트키가 고장 나면 문이 열리지 않고, 엔진 작동에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스마트키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키 본체를 들고 시동 버튼을 누르면 교신이 돼 시동이 걸린다. 더불어 스마트키는 브레이크 램프 신호와도 연동된다. 시동이 걸리려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램프 퓨즈에 이상이 생기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때는 시동 버튼을 10초 이상 길게 누르면 엔진이 점화되도록 설정돼 있어 문제가 없다.

현대차 벨로스터 시동버튼
현대차 벨로스터 시동버튼
요즘은 스마트키 역할을 스마트폰이 대신하기도 한다.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조금씩 활성화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격으로 문을 여닫고, 엔진을 작동시킬 수도 있다. 둘 다 ‘스마트’라는 공통점이 있어 언제든 호환되도록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편리함이 때로는 위험도를 높이기도 한다. 2015년 독일의 한 작은 도시에서 고급 차 80대가 도둑맞았다. 스마트키와 자동차 사이의 주파수를 증폭시켜 시동을 건 뒤 훔쳐가는 방식이다. 이를 본 독일자동차운전자협회가 19개 자동차 회사 24개 제품의 스마트키를 해킹했더니 대부분이 도난에 취약했다. 편리함과 경량화를 위해 자동차에 쓰이는 각종 유선 장비를 무선으로 바꾸면서 누군가 침투할 수 있는 통로도 그만큼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리함을 얻으려면 위험을 감수하라’는 디지털 시대의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자동차 안전도 개념에 이제는 해킹 난이도를 넣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충돌보다 해킹이 더 많은 인명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말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