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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청 안전 챙기면 노란봉투법 대상, 소홀하면 중대재해법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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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실한 개정안에 딜레마 빠진 원청

    노동위 판정 92% '사용자성 인정'
    원청의 산업안전 의무 이행이 근거

    의제별 교섭이 불러올 '무한 분쟁'
    파업 정당성 등 법적 공백에 혼란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기업 근로자의 안전사고 방지 조치를 충실히 이행한 원청 기업이 ‘사용자’로 판정받아 하청 노조와 교섭 테이블에 앉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청 노조가 교섭 의제로 산업안전을 집중 공략하는 협상전략을 펴고 있고, 노동위원회도 원청의 ‘산업안전 의무 이행’을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삼고 있어서다. 건설회사를 중심으로 한 원청 기업에서는 “하청 기업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잘 지키면 노란봉투법상의 교섭 의무가 생기고, 소홀히 하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을 받는 상황”이란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하청 안전 챙기면 노란봉투법 대상, 소홀하면 중대재해법 처벌

    ◇“법 지킬수록 피해자가 되는 구조”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동위가 지난 10일까지 사용자성을 판정한 27건 가운데 92%인 26건에서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원청이 하청 기업 노조와 직접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용자성을 인정한 사례의 판정문은 결정 이후 30일이 지나야 공개되지만, 고용노동부가 보도자료 등으로 원·하청 교섭 의제를 공개한 사건들은 모두 산업안전이 판정 근거로 포함돼 있다. 특히 건설사 관련 판정은 원청이 산업안전 의무를 이행한 사실을 근거로 하청 기업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업들은 “법을 충실히 지킬수록 피해자가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아이러니는 산안법에서 비롯된다. 현행법상 원청은 하청업체 근로자의 안전관리비를 법정 요율에 따라 집행하고, 그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관리·감독할 의무를 진다. 원청 기업은 법에 따라 안전관리비를 집행하고, 사용 여부를 감독했을 뿐인데 노동위가 이를 하청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 근거로 삼는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한화오션과 현대제철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사건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하급심 법원은 “하청업체에 대한 안전 관련 지침 마련과 이행 감독이 법에 따른 의무라고 해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부인할 수 없다”며 하청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판결이 아직 최종심에서 확정되지 않았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 지침에 이 판결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기업의 불만이다.

    정부가 사용자성 인정 판단에 불복한 원청 기업의 재심 신청을 만류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대기업 노무 담당자는 “우리 회사(원청)가 사용자라는 판단을 받은 바로 다음 날 고용노동부가 ‘(사용자임을 인정하는) 교섭 공고를 언제 할 거냐’고 물었다”며 “재심 신청을 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원·하청 교섭 시작해도 문제

    하청 노조와 교섭에 임하더라도 법적 분쟁이 줄을 이을 것이란 점도 원청 기업의 고민이다. 개정 노조법은 임금, 복지, 근로조건 등 사안별로 협상하는 ‘의제별 교섭’을 허용하고 있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안전을 의제로 원청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는 데 성공한 하청 노조가 실제 교섭 테이블에서 직접 고용, 임금 인상 등 추가 의제를 요구할 것은 확실시된다. 이 경우 추가 의제마다 사용자성과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는지 판단받아야 하므로 원청과 하청 간 대규모 법적 분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청 노조가 일단 노동위로부터 인정받은 산업안전을 이유로 파업을 벌인 뒤 파업 목표를 임금 인상이나 직접 고용 등으로 확대할 경우 이를 합법적 쟁의행위로 볼 수 있는지도 판단 기준이 없다. 파업이 합법이라면 하청 노조가 사업장 일부를 점거하는 방식이 가능한지, 원청 기업은 다른 하청업체 직원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할 수 있는지도 정해지지 않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일단 교섭권을 인정받으면 임금·근로조건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포괄 쟁의권을 갖는 기존 노동조합법과 달리 개정 노조법이 의제별 부분 교섭을 허용하면서 불거진 문제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안전이라는 약한 연결고리를 이용해 원청을 교섭장으로 끌고 나오는 노조 전략에 비해 사업주의 대응 전략은 법적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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