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 상한 초과 보상 등
사측, 노조 요구 넘는 제안에도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 고집
교섭 중단에 파업 위기 고조
삼성전자 노사 간 임금 협상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총파업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측이 경쟁사를 뛰어넘는 ‘역대급’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이를 걷어차고 교섭 중단을 선언하면서다. 업계에선 노조가 실질적인 직원 처우 개선보다 ‘성과급(OPI) 상한제도 폐지’라는 명분에 매몰돼 오히려 내부 분열과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연한 보상’ vs ‘제도화’
2024년 전국삼성전자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 김범준 기자
협상의 최대 쟁점은 OPI 재원과 상한제 폐지 여부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라고 요구해 왔다. OPI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사측은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이뤄진 집중 교섭에서 노조의 요구 수준을 웃도는 영업이익의 13% 수준까지 재원으로 투입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인력 규모가 경쟁사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고려해 인당 지급률이 낮아지지 않도록 재원 규모를 대폭 늘린 전격적인 결정이다. 연봉의 50% 상한이라는 기존 원칙에서 한발 물러나 상한선을 초과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특별 포상’ 카드도 꺼내 들었다. 노조가 원하던 ‘경쟁사 수준의 보상’과 ‘상한선 초과’를 사실상 모두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노조는 “특별 포상은 경영진 재량에 따른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반발했다. 노조는 상한선 폐지를 제도화해달라고 주장하면서 “이익이 날 때는 상한선을 씌워 보상을 억제하면서, 실적이 악화되면 0% 지급으로 직원에게 전가하는 현행 방식은 경영 리스크를 노동자에게만 떠넘기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노노(勞勞) 갈등 유발
또 다른 쟁점은 노조가 요구한 배분 방식이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을 ‘부문 40%, 사업부 60%’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 방식을 2025년도 성과급 지급률에 대입하면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 직원들의 연봉 대비 지급률은 11% 수준에 그친다. 기존 제도하에서 기대할 수 있었던 연봉의 47%와 비교하면 4분의 1토막 나는 셈이다. 사측은 모든 사업부의 상생을 위한 균형 잡힌 보상을 제안했으나, 노조는 특정 사업부의 이익에 편중된 안을 고수하며 동료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7만 명을 대표하는 노조가 내부 결속을 저해하고 노노(勞勞)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은 임금 외에도 최근 3년 평균(4.8%)을 크게 웃도는 6.2%의 임금 인상과 최대 5억원의 주거비 지원, 출산지원금 최대 5배 상향 등 역대급 복지 패키지를 던졌지만, 양측 간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반도체 생산 차질 위기감 고조
노조가 5월 총파업에 들어가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DS부문 사업부, 팀별 연차 혹은 쟁의 근태 참여율을 공개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메모리 경쟁이 격화하는 시기에 노조가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도체산업은 막대한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가 적기에 집행돼야 하는 장치산업이란 점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호황기 이익을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해 버리면 불황기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능력이 저하돼 결국 기업 전체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