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예고…30년 만에 통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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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동 상황 등 비상경제점검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은 금주 내에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는 ℓ당 1949원을 넘어섰다. 경유 가격은 1971원으로 휘발유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발생하기 전날인 지난달 27일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1%, 경유는 그보다 훨씬 높은 18%가 넘게 상승한 셈이다.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기름값이 2000원대를 넘보자 이를 안정화하기 위해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최고가격제 도입 배경에 대해 "석유제품의 비정상적 가격 결정을 방지하고 가격 예측 가능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정유사나 주유소가 가격을 올릴 때는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 기준 등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김 실장은 "기본적으로는 2주 주기로 설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동 상황 발생 이전을 기준으로 최고 가격을 설정할 것"이라며 "첫 번째 최고가격은 지금 시중에서 소비자가 맞닥뜨리는 가격보다는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에서도 이번 주 내 시행을 위해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국내 기름값 상승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올리며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주유소들이 재고 확보나 수익 보전을 위해 판매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리면서 유가 상승 폭이 확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며 국내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수급과 가계 불안 상황이 엄중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비상한 대책도 필요하다"며 "최근 과도하게 인상된 석유 제품에 대해서는 최고가격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가 시행되면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30년 만의 첫 사례가 된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시행 방식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최근 몇 주간의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 평균에 일정 마진을 더해서 정유사가 팔 수 있는 최고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은 국내 정유사들이 아시아 시장의 벤치마크로 삼고 있으며 국내 공급가 산정의 기준이 된다.
정부가 주유소 판매가 아닌 정유사 공급가를 겨냥한 것은 주유소 운영 형태가 다양하고 지역별 임대료나 물류비 차이가 커 일괄적인 가격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격 형성의 시작점인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을 두어 유통망인 주유소의 원가 부담을 낮추고 소비자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식이 가장 실효성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아울러 최고가격제를 2주 단위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실장은 "2주 간격으로 최고가격을 조정하면서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가격 출렁임을 막는 완충 조치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 통제 시 우려되는 공급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가동한다. 정부는 매점매석 고시를 통해 정유사가 생산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국내 시장에 판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격 상한제를 피해 물량을 쌓아두거나 수출로 돌리는 행위를 원천 차단해 수급 안정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에도 유류세 인하 조치 일부 환원을 발표하면서 석유정제업자 등에 한 달간 유류 반출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판매를 기피하거나 특정 업체에 과다 반출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이와 더불어 김 실장은 "실효성 있는 제도 시행을 위해 시장 교란이나 불법 행위는 없는지 국세청 등을 중심으로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며 "정유사 담합 여부 및 주유소 가격 조사, 세무 검증 등에 관계기관이 적극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인해 정유사가 입게 될 손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보전 방안을 준비 중이다. 관련 법령에는 가격을 통제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줄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유업계 손실 보전을 위해 필요한 재정 소요까지 이미 시뮬레이션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유류세 추가 인하와 소비자 직접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하라고 지시한 만큼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세제 조정과 직접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의 종합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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