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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장 칼럼] 젊은 부부가 쌍둥이를 선호하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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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효 경제부 차장
    [차장 칼럼] 젊은 부부가 쌍둥이를 선호하는 역설
    한 해에 71만 명이 새로 태어난 1991년 쌍둥이는 6926명(1%), 세쌍둥이 이상 다태아는 140명(0.02%)이었다. 2024년 출생아는 24만 명으로 33년 전의 3분의 1로 줄었다. 그런데도 쌍둥이는 1만3004명(5.5%), 다태아는 457명(0.2%)으로 훨씬 늘었다. 난임 치료를 통해 아이를 갖는 부부가 늘면서 다둥이가 증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난임이 아님에도 쌍둥이를 원해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는 예비 엄마·아빠가 늘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다태아 임신이 산모의 신체 부담을 늘린다고 설명한다. 두 명의 신생아를 한꺼번에 키우는 육아 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부담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부부가 늘어나는 건 출산·육아에 대한 인식 변화와 무관치 않다. 요즘 부부들은 예전보다 아이를 갖는 데 적극적이다. ‘골드미스’ ‘딩크족’은 30~40대 선배 세대의 유행쯤으로 여긴다. 게다가 아이를 낳을 거면 하나보다는 둘을 선호하는 추세다.

    육아휴직 두 번이면 승진은 끝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 중인 우리나라로서는 만세를 부르고 싶을 정도로 반가운 인식 변화다. 하지만 아이 둘을 원하는 부부 앞에 놓인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다. 만혼이 대세가 되면서 우리나라 여성의 초산 연령은 평균 33세로 올랐다. 33세와 35세에 두 살 터울 아이 둘을 낳고 키우려면 노산도 부담이지만 경력 단절 압박이 상당하다.

    30대 중반이면 조직을 짊어지는 팀장, 과장들이어서 두 번째 육아휴직 얘기를 꺼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구 전문 싱크탱크 관계자는 “직장 여성 사이에서 ‘육아휴직 두 번 쓰면 승진은 끝’이라는 얘기는 상식”이라고 말했다.

    건강과 육아 부담을 무릅쓰고 쌍둥이를 갖겠다는 예비 엄마의 선택은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내린 비장한 타협이다. 국가가 고마워하고 미안해해야 할 일이다. 미안하다면 적어도 두 번째 육아휴직 얘길 꺼내기 어려워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신청하는 구조와 문화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다자녀를 둔 여성 뱅커를 최고위급 임원으로 발탁한다.

    비어 있는 인구 컨트롤타워

    안타깝게도 일·가정 양립에 ‘올인’해야 할 정부의 인구 사령탑은 현재 비어 있다. 청와대 인구정책비서관은 작년 6월 정부 출범 이후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실질적 수장인 부위원장 자리가 두 달째 공석이다. 저출산위를 인구전략위원회로 확대·개편하겠다는 국정과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도 인구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작년부터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합계출산율이 0.8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다.

    일본은 2015년부터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2025년 경제활동인구가 사상 처음 70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찌감치 여성과 고령자의 사회활동 참여를 제도적으로 지원한 덕분이다. 한국 경제가 생산가능인구(15~64세) 3000만 명을 사수하려면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는 필수다. 그런데도 정부보다 예비 엄마·아빠들이 더 애를 태우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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