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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장 칼럼] 청약 시장과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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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락 건설부동산부 차장
    [차장 칼럼] 청약 시장과 그 적들
    “저희가 부부가 아닌 게 더 유리한가요? 내 집 마련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못 하겠습니까.”

    인기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2(2023년)에서 불법 청약 사건 해결을 위해 신혼부부로 위장한 주인공 김도기(이제훈 분)의 말이다.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 아이를 허위로 입양하고, 위장 출산도 서슴지 않는 장면으로 화제가 됐다. 드라마 속 이야기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불법 청약 브로커가 무주택자의 허위 입양 신고를 도운 뒤 다자녀가구로 꾸며 특별공급을 받도록 했다. 이후 아이 파양까지 도왔다.

    최근 불법 청약 수법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부모와 함께 단독주택에서 거주하던 한 남매는 부모 소유의 창고 건물 두 동에 각각 거짓으로 전입 신고했다. 이후 남매 모두 무주택 가구 구성원 자격을 얻었고, 둘 다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천태만상의 '불법 청약'

    위장 전입·결혼 같은 수법은 고전적이다. 때로는 집을 소유한 남편과 이혼한 것처럼 꾸며 자신의 무주택 기간을 늘리는 ‘위장 이혼’까지 불사한다.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부양가족을 허위로 부풀리고, 실거주하지 않는 곳에 주소지만 옮겨두는 행위도 다반사다.

    부정 청약은 단순한 도덕적 해이를 넘어 실수요자의 소중한 당첨 기회를 가로채는 ‘약탈’과 다름없다. 수백 대 1의 경쟁률 속에 누군가의 부정한 당첨은 법을 지키며 차례를 기다려온 서민의 꿈을 짓밟는 행위다.

    더욱 참담한 것은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이 부정 청약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최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국민에게 깊은 허탈감마저 줬다. 이 후보자 남편은 2024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 과정에서 분가해 독립적 생계를 꾸린 장남을 부양가족으로 올려 가점을 높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분양가는 36억~37억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시세는 70억~90억원에 이른다.

    솜방망이 처벌 그쳐선 안 돼

    청약은 내 집 마련 과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서민이 성실히 저축하고 인내하며 쌓아 올린 꿈이자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공정한 기회의 장이다. 막대한 시세 차익을 노리고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이들을 철저히 걸러내야 하는 이유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부정 청약으로 적발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규정한 도시정비법에는 관련 처벌 규정이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부정 청약으로 적발돼도 벌금 수백만원 수준의 약식 처분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 솜방망이 처벌로 불법 청약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검증 체계를 강화해 청약 신청 단계부터 부적격자를 걸러낼 수 있는 정교한 그물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부정 청약으로 얻은 이익의 몇 배를 환수하는 징벌적 벌금으로 “걸리면 끝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약 제도는 죄가 없다. 이를 악용하는 사람과 느슨한 감시가 문제일 뿐이다. 집은 투기 수단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고, 청약은 공정한 규칙이어야 한다. 청약 시장의 ‘적들’을 확실히 몰아내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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