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연금개혁, 비난의 외주화
도병욱 정치부 차장
다들 개혁하겠다지만
현실은 약속과 다르다. 당장 국회 연금특위가 지난 9개월 동안 개최한 전체회의는 모두 네 차례. 상견례 이후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선 정부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세 번째 회의는 민간자문위원을 선출한 뒤 바로 종료됐다. 지난해 9월 30일 열린 마지막 회의도 정부 업무보고였다. 마지막 회의 당시 위원장을 대신해 사회를 보던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연금특위가 실질적인 회의를 한 건 오늘이 처음이고, 여기에 대해 비판이 많다”고 실토했을 정도다. 그날 이후 석 달 동안 전체회의가 아예 없었다. 연말에 개혁안을 내기는커녕 아직 방향성조차 정하지 못했다. 특위 활동기간이 올해 말까지로 1년 늘었지만, 지방선거가 있는 6월 전까지 개점휴업일 것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국회 연금특위는 민간위원들이 주축이 된 자문위가 연금개혁 초안을 만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자문위는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지만, 이들이 초안을 언제 만들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연금기금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이들과 보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들이 한데 모여 있는 자문위가 통일된 안을 내는 게 애초에 가능한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자문위가 복수 안을 마련해 연금특위에 의사결정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18년 뒤에 할 수도
정부도 조용하다. 대통령과 장관은 연금개혁을 하겠다고 거듭 말하지만, 연금개혁 정부안을 낼 것인지 묻는 질문엔 답변이 흐려진다. 정 장관은 지난해 9월 정부안을 언제 만들 것인지 묻는 의원 질의에 “자문위가 구성됐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연금개혁 방안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만 했다.정부는 국회 특위에, 특위는 민간자문위에 의사결정을 미루는 모습이다. 과거를 되짚어 보면 자문위도 다시 특위에, 특위는 여야 지도부에, 지도부는 청와대에 다시 결정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모두가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누구도 연금개혁 발표 이후 욕먹는 당사자가 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을 하려면 누군가는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 유권자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연금 고갈 시점을 막는 방안은 없다. 지난해 ‘반쪽짜리 연금개혁’조차 18년 만에야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와 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사이 국민연금 수입보다 지출이 늘어나는 시점과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지금 정부와 22대 국회가 추진력을 가지고 개혁을 실행할 수 있는 데드라인은 훨씬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올해를 놓치면 또 18년을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