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테마섹' 국부펀드 20조 규모로 출범 [2026년 경제성장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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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지배구조 설계가 관건"
9일 재정경제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올 상반기 내 한국형 국부펀드 추진방안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부 관리·운용·투자 전담 기구를 설치하기 위한 법적근거를 만들고, 투자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구조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부펀드란 나라의 재산을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하기 위해 국내외 유가증권 및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정부 소유의 투자기구를 뜻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있지만 ‘위험조정수익률 극대화’를 제1의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국부의 체계적 축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전직 KIC 최고투자책임자(CIO)는 “KIC의 경우 전 세계 상장 주식, 채권, 대체자산에 분산 투자를 하다 보니 전략적 목적으로 쓸 여지가 없다”며 “한국같이 자원 없이 사람과 기술로 성장한 국가에서는 좀 더 전략적인 목적의 국부펀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국내 기업 중심으로 투자하며 ‘적극적 국부창출’을 제1의 목표로 삼는다. 최대 과제로는 재원이 지적된다. 운용 규모가 클수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번 국부펀드는 정부 출자·물납주식의 현물출자, 지분취득을 통해 초기자본금 20조원(약 138억달러) 규모로 출발한다. 테마섹(3360억달러)은 물론이거니와, KIC(2276억달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테마섹 역시 1974년 공기업 35곳의 자산 2억달러로 출발한 만큼, 계속해서 키워나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추가 재원조달 방안을 계속해서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부펀드 분석기관 ‘글로벌SWF’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세계 국부펀드들은 전체 운용자산의 51%를 석유, 가스, 구리, 다이아몬드 등 원자재 판매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마련한다. 나머지도 대부분 재정 흑자나 외환보유액, 정부 보유 토지 매각 등을 통해 조달한다. 확실한 재원이 있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은 자원도, 나라 곳간 사정도 여의치 않아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만한 수단이 마땅찮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배구조 또한 국부펀드 성공 여부를 가르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성공한 국부펀드들은 철저히 독립성과 전문성을 추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테마섹은 싱가포르 정부가 소유만 할 뿐 경영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호주 퓨처펀드도 투자위원회의 독립성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한 싱가포르 상무관 출신 전직 관료 A씨는 “테마섹 고위 관계자에게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테마섹 출신 전문가가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있어도 정부나 정치권에서 테마섹에 낙하산을 내려보내지는 못한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한국형 국부펀드가 정치권의 낙하산과 관료들의 자리 나눠 먹기 수단이 되는 순간 실패는 예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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