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증액추진 트럼프, 군비경쟁으로 中 압박하나[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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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SNS에 “상·하원의원, 각료들, 다른 정치인들과 길고 어려운 협상 끝에 나는 이처럼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우리나라의 이익을 위해 2027년 국방예산을 1조달러가 아닌 1조5000억달러(약 2180조원)가 돼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오랫동안 누려야 할 ‘꿈의 군대’를 구축하고, 더 중요하게는 어떤 적이 있더라도 우리의 안전과 보안을 지킬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년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미국 국방예산은 약 1조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안팎 수준이다. 이를 50%가량 증액하면 이 비중이 5%로 높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비용에 대해 “미국을 갈취해 온 나라에서 오는 막대한 수익”을 언급하며 관세 등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1년 만에 국방비를 50%나 늘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미국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인 민주당이 찬성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비 지출을 대폭 늘려 미군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국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중국으로선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이 중국 경제를 압박하는 또 다른 수단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방산기업에 “중요한 장비의 납품과 유지·보수를 위한 새로운 현대식 생산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유지·보수가 정확히 제때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문제가 시정될 때까지 기업의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급여와 경영진 보상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 산하기구를 포함해 66개 국제기구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거세진 트럼프 ‘힘의 지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년 벽두부터 강력한 군사력 과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확고한 결의’ 작전으로 서반구 지역 장악 의도를 분명히 한 데 이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유럽까지 전선을 넓혔다.여기에 7일(현지시간) 그가 SNS에 올린 국방비 50% 증액 계획은 미국이 패권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내줄 생각이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빠른 속도로 미국의 턱 밑까지 치고 올라온 중국의 군사력에 대한 경고이자, 군사비용 경쟁을 하면 중국 경제보다 미국 경제가 훨씬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의 소산이기도 하다.
골든돔·황금함대 등 자금소요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비 증액을 언급한 직접적인 원인은 예산 부족이다. 그는 지난해 우주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 돔’과 전함을 포함한 해군 전투능력 강화를 위한 ‘황금함대’ 구상을 발표했다.두 구상 모두 천문학적 자금을 필요로 한다. 트럼프 정부는 골든 돔 발표 당시 총 비용이 1750억달러(약 230조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BBBA)을 통해 250억달러(약 33조원)을 우선 확보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설명한 수준의 방어체계 구축은 어림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회예산국(CBO)은 우주기반 요격체 구축에만 최대 5420억달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하더라도 광역 방어체계가 실제 작동하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황금함대는 ‘돈 먹는 하마’ 전함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차세대 전함은 척당 건조비용이 100억달러(약 14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신 항공모함을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투용 저가 드론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해군력 강화를 위해 전투함 및 지원함을 다수 발주하는 등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1조달러 규모 국방예산으로는 턱도 없다. 대대적인 증액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중국에 경고 메시지
또 국방비 증액 계획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작년 말 국방부(전쟁부)는 중국 군사력에 관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2027년까지 대만 전쟁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평화보다는 강압과 승리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핵무기와 장거리 투사 능력을 강화했다고 분석했다.국방비를 확 늘리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중국으로서는 이에 상응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중국은 트럼프 2기 관세 전쟁 이후 수출 중심 경제체제에 대한 압박이 커졌고, 국내 경제도 취약한 상태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과도한 군비 지출을 결정할 경우 이는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효과가 예상된다.
세계를 향해 미국의 군사력을 얕보지 말라는 과시의 의미도 겸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식별한다면, 군사적 수단으로 대응할 선택지를 항상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비 증액은 이른바 'FAFO(까불면 다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발신하는 것이다. 동맹에 대한 국방비 지출 압박도 강화될 전망이다.
국내정치서 관심전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국방비 증액을 “결정했다”면서 이미 이것이 정해진 듯 표현했지만 예산은 의회의 권한이다. 민주당이 이런 구상에 찬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일한 방법은 민주당 지지 없이 통과시키기 위해 작년처럼 예산조정절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50% 동의만으로 상원 통과를 시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도 이런 과격한 구상이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하지만 50% 증액이 문자 그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국방력 강화를 최대 당면과제로 내세우고 전 국가적인 동원체제를 확립할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한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방위산업체들에 배당 등을 자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가 자원을 더 이상 시장경쟁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 최적 효율화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외부 전쟁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물가 등 국내 정치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전환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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