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파동' 18년 만에…美 소고기 관세 '제로 시대' 열렸다 [이광식의 한입물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미 FTA 발효 14년 만에 철폐…장바구니 물가 구원투수 될까
감귤·사료용 근채류·호두도 '무관세'
감귤·사료용 근채류·호두도 '무관세'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로 미국산 소고기 관세가 철폐됐다. 2012년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약 14년 만이다. 미국산 소고기 관세율은 FTA 발효 당시 37.3%에서 매년 약 2.6%포인트씩 인하돼왔다. 지난해까지 1.2~4.8%의 관세가 적용되다 올해부터 무관세 품목이 됐다.
작년 12월 수입소고기 물가 8%↑...추가 상승 가능성도
미국산 소고기는 2008년만 해도 한국 사회의 대표적 갈등 이슈였다. 그해 4월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전면 재개하는 한·미 소고기 협상을 타결한 이후 광우병 괴담이 확산하면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5월 30일~6월 1일엔 시위대가 청와대 진출을 시도했고, 6월 10일 정부 규탄 집회에는 전국에서 15만8000명이 참가했다. 당시 등장한 ‘유모차 부대’와 ‘넥타이 부대’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그러나 현재 미국산 소고기는 수입 소고기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11월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은 21만8383t으로 전체 수입 소고기의 45.2%에 달했다. 미국산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는 호주산 소고기는 2028년부터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관세 철폐는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소고기 물가를 진정시키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수입 소고기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2.2%에서 10월 5.3%, 11월 6.8%로 높아지다 12월에는 8%까지 치솟았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부담도 상당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 정보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산 소고기(갈비·냉동) 가격은 100g당 4554원으로, 지난해 1월 전체(4371원)보다 4.2%, 평년 가격(4082원)보다 11.6% 비싸다.
수입단가 상승분이 아직 소비자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아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국은행의 수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원화 기준 소고기 수입 물가는 전년 대비 15%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수입 소고기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환율이다. 지난해 12월 원·달러 환율은 1470원을 넘어서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 내 작황 악화까지 겹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미국의 소 도축 마릿수는 전년 대비 13.7% 감소했고, 소고기 생산량도 11.9% 줄었다. 사육 마릿수 감소로 도축 기반 자체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 소고기 공급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약 2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땅콩 고추 마늘 양파도 '무관세'...ASG 조치는 남아
올해 관세가 철폐되는 미국산 농축산물은 소고기를 포함해 모두 45개 품목이다. 치즈는 지난해까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약 1만t만 무관세, 초과 물량에는 2.4%의 관세가 적용됐지만, 올해부터 전면 무관세로 전환됐다. 미국산 치즈는 지난해 1~11월 기준 수입 치즈의 46%를 차지했다.
땅콩과 고추, 마늘, 양파, 녹차, 생강도 무관세 품목으로 전환된다. 다만 이들 품목에는 2030년까지 농산물 긴급수입제한조치(ASG)를 적용할 수 있다. ASG는 관세 인하 이후 수입이 급증할 경우, 사전에 정한 물량을 초과하면 일시적으로 관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는 안전장치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