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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섭 경영학 박사·성균관대 SKK GSB 교수
인플레이션의 역습을 대비해야
코로나10 팬데믹 이후 치솟은 인플레이션이 통화당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을 촉발하면서 주식과 채권시장이 순식간에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졌던 기억은 이미 많은 투자자들의 뇌리에서 사라진 것 같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잘 알려진 하지만 이제는 지나간 리스크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투자 성과를 좌우할 중요 요소로 필자는 다시 인플레이션을 꼽는다.
앞으로 전개될 경기순환적 요인과 경제구조적 요인은 올해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하며 미국의 시장금리를 밀어 올리는 시나리오를 쉽게 상정해 볼 수 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지속적 금리인하에 대한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의 재상승과 이에 따른 통화긴축 시나리오가 실제 전개될 가능성에 대해 아직까지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시장의 이런 인플레이션에 대한 안일함은 값비싼 대가를 치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쨌든 연준은 금리를 내리고 있고 지난 9월을 기점으로 다시 시작된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은 올해도 일단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의 후임자는 트럼프가 공언하고 있는 대로 적극적 금리인하에 동조하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채권 선물시장은 연준의 정책금리가 지금의 3.5% 수준에서 2026년말에는 3% 수준까지 인하될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경기는 3/4분기에도 4.3%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높은 성장세는 올 상반기 둔화되기보다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간 기업 투자를 이끌었던 AI관련 투자가 최근의 버블 논란에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올해부터 시작된 확장적 재정정책은 경기성장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연준 금리인하 결정의 빌미가 됐던 고용시장의 표면적 약세를 제외하고는 미국 경기는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 상반기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 잠재 성장률을 넘어서고 있는 경기확장세는 결국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2025년 미국 경제의 놀라운 성장세는 기업 투자, 즉 AI관련 엄청난 투자에 의해 견인되었다. 작년 상반기에는 미국 GDP 성장률의 1.1%p를 AI관련 투자가 견인한 것으로 분석되어 민간소비 증가율을 넘어서는 가장 중요한 성장 요인이었다.
반면, AI관련 투자를 제외한 기타 부문의 성장세는 둔화되면서 고용시장이 약세로 돌아서고 임금상승률이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2% 목표를 향하여 점진적 하락세를 계속하였다. 고용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연준은 경기의 하방 위험 관리를 내세우며 3차례에 걸친 금리인하를 단행하였다. 유럽중앙은행 역시 금리를 4차례에 걸쳐 인하하면서 긴축완화에 동참하였다.
미국 임금상승률은 아직도 너무 높아 2023년부터 미국의 평균 임금상승률은 연 4%대를 기록하여 팬데믹 전 2018년-2019년의 평균 3%대보다 1%p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 4%대의 평균 임금상승률은 노동생산성 증가분을 감안하여도 왜 인플레이션이 아직도 연준의 2% 목표에 비해 1%p 높은 수준에서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있는지 설명해준다. 또한 연준의 금리인하가 인플레이션의 재상승을 촉발할 수도 있는 상황임을 암시한다.
고용시장이 본격적으로 약화되기 시작했다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당연히 인하하여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고용시장이 이미 본격적인 둔화세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하기는 어렵다. 우선, 고용시장의 실시간 정보인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혀 상승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가계조사를 바탕으로 집계되는 실업률이 작년 9월 4.44%에서 11월 4.56%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2024년 6월 이후 2025년 3월까지의 평균 실업률 4.1%에서 상승한 것으로 보이나 연방정부 폐쇄에 따른 데이터 왜곡과 고용시장 참여율 증가에 따른 상승분을 제외하면 고용시장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 더욱이 고용시장의 주축인 25세에서 64세 사이의 고용률은 11월 80.6%를 기록하여 금융위기 이후의 최고 수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고용률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임금상승률도 하락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평균 시간당 임금은 2024년 4월 이후 매월 평균 연율 4.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팬데믹 이전의 2.9%를 휠씬 초과하고 있으며 노동생산성 향상을 감안하더라도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 2%에 부합하는 수준을 웃돌고 있다.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 경제의 체감 인플레이션을 비교적 정확히 나타낸다고 할 수 있는 외식비 상승률이 작년 중반부터 재상승하는 모습은 인플레이션의 향방에 대한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다. 또한 미용비, 치과 진료비 등 개인서비스요금의 상승률은 팬데믹 이전보다 지속적으로 1-2%p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서비스 물가의 상승률이 다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고용시장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어 임금상승률이 당분간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또한 작년에 통과된 트럼프 대통령의 “One Big Beautiful Bill Act”의 감세효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경기확장을 견인할 것이다.
현 경기국면에서의 금리인하는 상당한 정책오류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보인다. 섣부른 금리인하는 이미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경기를 과열국면으로 몰아가고 자산가치의 급등과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는 시나리오를 초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꿈쩍하지 않는 미국 장기금리 연준의 금리인하가 작년 9월 이후 계속되고 있음에도 미 국채 장기금리는 쉽게 하락하고 있지 않다. 장기물에 대한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채 발행 예정 물량은 급증하고 있다.
장기물에 대한 수요 부진은 베센트 재무장관으로 하여금 취임 전 강력히 비판하였던 옐렌 전장관의 장기채 발행 억제와 단기채 위주 발행 전략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발행물량 만기 조정에 나서도록 하는 상황이다. 이런 단기채 위주의 발행물량 만기구조 조정 전략은 연준의 양적긴축 (Quantitative Tightening)과 겹치면서 금융시장의 단기 유동성 부족 사태까지 초래하였으며 결국 연준이 또 다시 단기채 매입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연준의 현재 금리정책은 금리 수익률 곡선 전체가 아닌 단기 정책금리만을 통제한다. 과거와 같이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풍부한 상황에서는 단기금리의 인하는 전체 수익률 곡선을 하향 조정하면서 장기금리의 인하를 유도하였다. 그런데 현재는 연준이 일본은행처럼 수익률 곡선 조정 (Yield Curve Control, YCC)에 나서지 않는 한 장기금리의 움직임은 금리 하락에 우호적이지 않은 수요/공급, 기대 인플레이션, 기간 프리미엄 등 다양한 시장 다이내믹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오히려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크게 상승한다면 이미 수요 부진에 처해있는 장기금리가 급등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국채를 떠안은 은행과 딜러들에게 상당한 손실을 초래하며 금융여건을 긴축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그리고 미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평가되는 주식 등 글로벌 위험자산의 가치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높아진 원/달러 환율 국내 인플레이션 서곡 2024년 11월 이후 원 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 진입한 이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때 1,500원대에 바짝 다가서면서 외환당국은 달러 모으기 비상상황에 돌입하기도 하였다.
과거에는 환율의 급등 시 시중은행이나 대형 수출기업 그리고 외환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을 상대로 달러 수급 조절에 나서던 행태에서 최근에는 개인들의 해외 증권 투자, 특히 미국 주식 투자로 인한 달러 유출이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환율을 밀어 올리는 주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해외주식 결제를 위한 환전창구인 증권사들까지 소집해서 달러 수급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개인들의 해외투자 규모는 작년 국내 주식시장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폭증하였다. 2024년 101억 달러였던 개인들의 해외투자 순매수 규모가 작년에는 11월까지 287억 달러로 3배 가까이 급증하였다. 10월에는 순매수 규모가 68억 달러에 달하였고 11월에도 5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야말로 개인 자본의 대탈출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외환당국의 수급조절을 위한 여러 대책이 환율을 방어할 수 있을까? 결론은 간단하다.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환율 급등의 원인은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원화와 부동산 위주의 가계자산 구조의 변화가 시작된 것 같다. 인구의 급격한 노령화가 이미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있는 가운데 현실과 동떨어진 각종 규제와 정책은 기업의 수익성을 깎아 먹고 잠재성장률을 더욱 크게 끌어내려 자본의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좇아 원화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해외로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자본의 흐름은 구조적이며 단기간 정부의 땜질식 처방에 의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원 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정되면서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나아가 국내 물가상승률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원유를 제외한 주요 원자재 가격의 달러 시세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해 국제 원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휘발유 가격은 고공해진을 하고 있어 소비에도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도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환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인하에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 또한 환율 상승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인플레이션에 반영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인플레이션 헤징을 대비한 자산 배분 필요 팬데믹 이후에 목격했듯이 인플레이션의 향방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무척 어렵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앞으로 상당기간 연준의 2% 목표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은 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 구성에 변화를 요구한다.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주식과 채권의 양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주식과 채권의 깊은 조정국면이 발생했던 경우의 반 정도는 70, 80년대와 2022년 팬데믹 이후의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이었다. 특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성장둔화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은 주식과 채권의 깊은 조정국면으로 이어지곤 했다.
지난 몇 년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였던 주식은 대체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포치인 2%를 살짝 넘는 수준에서 기업의 영업 마진 확대와 맞물리면서 높은 성과를 내곤 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는 경우에는 조정국면에 진입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주식/채권의 60/40 포트플리오를 넘어서는 자산 배분 전략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는 환경에서는 대체적으로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 성과가 좋다. 또한 인플레이션 헤징이 가능한 구조의 인프라 자산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원자재에 대한 투자는 대체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효과적 헤징 수단으로 작동해왔다. 금 가격이 작년 60% 정도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앞으로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할 때 더 이상의 성과도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