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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워싱턴 홀린 '이건희 컬렉션'…N차 관람으로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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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e] 이한빛의 아메리칸 아트 살롱

    美 스미스소니언 국립 아시아 박물관
    이건희 컬렉션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展
    누적 관람객 4만 명 육박
    국보·보물 등 200여 점 전시
    “삼성의 다른 컬렉션도 궁금해졌어요. 삼성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 따로 있죠? 서울에 있나요?”

    이번이 3번째 관람이라는 앨런(40대·여) 씨는 관람 소감을 말해달라는 요청에 오히려 질문을 쏟아냈다. 어원학자(etymologist)인 그는 스미스소니언 국립 아시아 박물관(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Asian Art·이하 NMAA)의 단골 관객이다. 언어의 발전과 변화를 추적하는 그에게 NMAA는 살아있는 교과서인 셈이다.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전은 더욱 특별하다. 고대 한글의 정수인 '석보상절'을 만날 수 있어서다. “전시가 방대해서 한 번 보는 것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개막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관람했고, 그다음엔 도슨트 투어를 들었고 이번엔 혼자 보고 (전시를) 소화하기 위해 다시 찾았어요”
    美워싱턴 홀린 '이건희 컬렉션'…N차 관람으로 북적
    전시에 나온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 사진. © National Museum of Asian Art, Smithsonian Institution, Photo by Colleen Dugan
    전시에 나온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 사진. © National Museum of Asian Art, Smithsonian Institution, Photo by Colleen Dugan
    이건희 컬렉션 전에 대한 워싱턴 현지 반응이 뜨겁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위시한 K컬처 열풍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열린 블록버스터급의 한국 문화재 전시라는 점도 있지만,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의 컬렉션’이 처음으로 해외에 왔다는 소식이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NMAA 측은 하루 평균 752명 정도가 관람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누적 관람객은 3만 9880명(1월 6일 기준)에 달한다. 관객 참여도도 높다. 매일 오후 2시에 열리는 도슨트 투어엔 평균 26명의 관객이 참여하는데, 이는 지난 12월 열렸던 다른 전시 투어 참석자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는 것이 NMAA 설명이다.

    전시는 ‘책가도’로 시작한다. 조선시대 선비의 사랑방을 장식하던 책가도엔 진귀한 책, 도자기, 예술 작품들을 그려져 있다. 온갖 보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것인데, 당시의 유행과 주인의 취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미술관이 컬렉션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한다면 책가도는 주인의 그것인 셈이다.

    이번 이건희 컬렉션전은 이 책가도처럼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시간적으로는 삼국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약 1500년을 아우른다. 도자기, 서신, 고가구에서부터 회화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방대하다. 국보 7점과 보물 15점을 비롯해 2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황선우 NMAA 큐레이터는 “이건희 컬렉션을 미국에 처음 소개하는 만큼,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책가도'. / 사진. © National Museum of Asian Art, Smithsonian Institution, Photo by Colleen Dugan
    '책가도'. / 사진. © National Museum of Asian Art, Smithsonian Institution, Photo by Colleen Dugan
    도슨트가 꼽은 관객이 가장 흥미롭게 본 작품은 ‘일월오봉도’다. 어린이 관람객들이 금방 알아본다. ‘케데헌’의 주인공 루미가 공연할 때 배경으로 사용해서다. 현장학습으로 방문한 아리언(10세·여) 양은 "케데헌을 10번도 넘게 봤다"며 “어딘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왕의 뒷자리를 장식하던 그림이라 해서 흥미롭다”고 말하며 웃었다.
    '일월오봉도'. / 사진. © National Museum of Asian Art, Smithsonian Institution, Photo by Colleen Dugan
    '일월오봉도'. / 사진. © National Museum of Asian Art, Smithsonian Institution, Photo by Colleen Dugan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일화가 담긴 보물과 국보도 나왔다.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 주전자’(국보)는 이 창업주가 생전에 가장 아끼던 청자로 꼽힌다. 호암미술관에 30mm 두께의 방탄유리 전시장을 마련할 정도였다. 고려시대 무신 가문인 최항의 무덤에서 도굴되어 일본으로 밀반출되었는데, 1970년 오사카시립미술관서 시행한 경매에서 이 창업주가 3500만원에 사들여 한국으로 귀환했다. 청자진사 연화문 주전자는 전 세계에 3점이 있다. 하나는 독일 함부르크 공예박물관에, 다른 하나는 NMAA 소장이다. NMAA 설립 기반이 된 찰스 랭 프리어의 컬렉션 중 하나로 현재 NMAA 한국관의 주요 작품으로 꼽힌다. 리움 소장품과 달리 NMAA 주전자는 뚜껑이 없고 주둥이 부분의 연꽃 줄기도 소실된 상태다. 이번 이건희 컬렉션 전시로 한 건물에 세쌍둥이 중 두점이 모이게 됐다.

    고려 불화 ‘아미타삼존도’(국보)와 ‘지장도’(보물)도 나왔다. 1978년 야마토 분카칸(야마토 문화관)에서 열린 ‘고려불화전’에 나온 52점의 작품 중 일부가 경매에 부쳐진다는 소식을 듣고 이 창업주가 사들인 작품이다. 당시 일본 측은 한국에서 환수 여론이 불자 한국인의 구매를 금지했는데, 이에 이 창업주는 미국인 고미술 전문가를 고용해 낙찰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찾아올 수 있었다. 밀워키에서 가족을 만나러 D.C.에 왔다는 이호중(70대·남) 씨는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삼성이 아니었다면 (환수는) 불가능했다. 뉴스로만 접했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신윤복 ‘기녀출행도’,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조선시대의 대표화가 작품을 비롯해 박수근 ‘농악’,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 이응노의 ‘군상’, 김환기의 푸른 전면점화 ‘산울림 19-II-73#307’ 등 한국 근현대 주요 작가들의 작품도 존재감을 자랑한다.

    은퇴하고 친구들과 거의 매주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는다는 메릴랜드 출신의 노부부는 “삼성을 다시 보게 됐다. 아시아의 전자 회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전시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기부를 통해 퍼블릭 컬렉션으로 만드는 것은 대단한 결정이다. ‘리 패밀리’가 컬렉션에 대한 신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오늘 관람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장 안에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걸려있다. / 사진. © National Museum of Asian Art, Smithsonian Institution, Photo by Colleen Dugan
    전시장 안에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걸려있다. / 사진. © National Museum of Asian Art, Smithsonian Institution, Photo by Colleen Dugan
    한 관람객이 김환기의 푸른 전면점화 '산울림 19-II-73#307'을 감상하고 있다. / 사진. © National Museum of Asian Art, Smithsonian Institution, Photo by Colleen Dugan
    한 관람객이 김환기의 푸른 전면점화 '산울림 19-II-73#307'을 감상하고 있다. / 사진. © National Museum of Asian Art, Smithsonian Institution, Photo by Colleen Dugan
    고 이건희 전 회장은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컬렉션은 개인의 열정과 취향에서 시작하지만, 그 마지막은 사회와 역사에 헌정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처음으로 컬렉터 이건희의 이야기를 해외 관객에게 시작했다. D.C.의 전시는 2월 1일 막을 내리지만, 3월 시카고와 9월 런던으로 이어진다.

    이한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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