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2017? 미리 살펴보는 노란봉투법 분쟁 '6종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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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한편, 노란봉투법 시행을 눈앞에 있는 노동관계 영역이 그 어느 분야보다 가장 뜨겁고 역동적일 것이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을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기존 노사관계의 틀을 완전히 뒤바꾸는 것인데다 모호함 투성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이제 진부하기까지 하다.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시행을 대비하여 교섭절차에 관한 시행령 개정안, 실질적 지배력 및 노동쟁의 범위 판단에 관한 지침을 내놓았는데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전인미답의 영역인데다 솔로몬이 와도 해석이 어려운 것을 가지고 보편적인 적용을 염두에 둔 지침을 만들어 냈다는 것 자체에는 경의를 표한다.
다만, 지침을 통한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형성하겠다는 기대와 달리 현장에서는 노사간 충돌이 들불처럼 번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작년 12월에 있었던 현대제철, 한화오션 두 건의 쟁의조정 신청사건이 그 예고편이었다. 법률적 판단의 영역인 교섭의무 존부에 관한 쟁점에 관하여, 쟁의행위라는 힘의 행사를 통해 그 뜻을 관철하겠다는 시도가 있었고, 이견이 있는 쌍방의 입장을 노동위원회 주재 하에 조정해보려는 쟁의조정 제도에 맞지 않았음에도 그 시도가 관철되었다.
이렇게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에서 묘한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지는데, 바로 2017~2018년 정부에서 특고 종사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한 노동조합에 설립필증을 편하게 내주기 시작하면서 겪은 바 있는, 특고 종사자들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둘러싼 분쟁 5종 세트인데, 이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도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 특고 종사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였는지가 쟁점이었다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는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쟁점만 다르고 분쟁 양상을 거의 같을 것이다. 그리고 교섭단위분리사건까지 추가되어 분쟁 6종 세트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분쟁 양상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8~9년전 상황을 기억해보며, 재현될 수 있는 분쟁양상을 짚어본다.
첫째, 교섭요구사실 미공고 시정신청 사건이다.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에 대하여 상대방 측이 교섭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다. 노동위원회에 신청을 해야 하고, 노동위원회는10일 이내에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신속히 진행되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법률의견을 신속히 정리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지방노동위원회 결정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고, 이후 행정소송도 가능하다.
둘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제기되는 노동위원회에 제기되는 분쟁으로 부당노동행위 관련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분쟁 유형이다. 교섭요구 안건에 대하여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인 것은 교섭요구사실 미공고 시정신청 사건과 마찬가지이나 ‘정당한 이유’ 또는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되는지 여부 또한 쟁점이고, 궁극적으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이 되더라도 과연 교섭거부 시점에 해당 부분이 명확하였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셋째,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한 고소 사건이다.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에는 형사처벌 규정이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노동청에 고소를 하는 것이다. 형사처벌을 구하는 것이고, 회사로서는 조사 출석 등 많은 부담이 되는 절차이다. 8~9년 전에도 전국적으로 수십 건의 고소 사건이 있었고 이에 대응하는 사업주들이 상당히 부담이 있었는데, 노동청 단계에서는 모두 기소의견으로 송치되었으나 검찰 및 법원 단계에서 불기소처분 및 무죄로 결론이 내려졌다. 해당 특고직역 영역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는 확정판결이 없고, 소송을 통하여 법적 지위를 다투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결론이다. 법적 지위를 분쟁으로 다투고 있는 와중인데, 행정기관의 방침(설립필증 교부)과 다른 입장을 취한다고 하여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헌법 제33조에 근로3권이 있다면 제27조에는 재판청구권이 있다.
넷째, 단체교섭응낙 가처분이다. 아마 단체교섭에 가장 신속히 응하게 하려는 상황에서 제기될 수 있다. 사안마다 다를 수 있지만 2~3개월 정도면 결론이 내려질 수 있는데, 가처분은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하므로, 가처분이 인용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한편 가처분이 인용되면 교섭불응 시 1일당 얼마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식의 간접강제가 붙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측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는 절차이다.
다섯째, 쟁의조정 신청이다. 이번 현대제철, 한화오션 사건처럼 교섭거부는 교섭결렬과 마찬가지이니 파업권을 취득하겠다는 취지의 신청인데, 앞서 본 것처럼 법적 판단 사항을 힘으로 얻어내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가 이미 과거에 펼쳐진 분쟁 양상이고,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실질적 지배력’에 관한 다툼이 발생하면,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 부담이 되니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안건에 대하여는 교섭을 한다고 입장을 정하면 분쟁을 피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하청의 노동조합 역시 원청 사용자 측 생각과 같이 특정 사항에 대하여만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절제된 혹은 엄선된 교섭요구를 하는 비현실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고, 현실에서는 실질적 지배력 유무가 모호하거나 실질적 지배력이 없어 보이는 안건도 교섭요구안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 지배력 여부에 이견이 있는 안건이 1개라도 있으면 앞서 본 분쟁들 중 적어도 1개는 겪게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섭단위분리신청도 있다. 현행 법 하에서는 단체교섭을 하려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하청 노동조합의 경우 원청 사업단위로부터 교섭단위를 분리하여 교섭을 하자는 취지의 분리신청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교섭단위분리 사건에서 실질적 지배력 여부도 동시에 다루어지게 될 것이다. 30일 이내에 결론이 내려져야 하므로 상당히 신속히 진행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인사노무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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