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의 선구자 정신에 매료…실력있는 엔지니어 전세계서 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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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출신 CEO에게 듣는다
다시 이공계
(9) 안익진 몰로코 CEO
내 인생은 '삽질의 연속'이었다
3대째 의사 집안…과학고 진학 만류
'AI하면 굶는다'던 시절 AI 파고들고
직원 80명뿐인 유튜브 합류하기도
페북의 와츠앱 인수 보고 기회 읽어
데이터 수익화 못하는 기업에 초점
머신러닝 기반 광고 플랫폼사 차려
몰로코, 韓사업자 첫 유니콘 등극
구글 같은 빅테크도 무한 실험
끊임없는 혁신, 실리콘밸리 원동력
난제 해결하는 것이 테크기업 숙명
다시 이공계
(9) 안익진 몰로코 CEO
내 인생은 '삽질의 연속'이었다
3대째 의사 집안…과학고 진학 만류
'AI하면 굶는다'던 시절 AI 파고들고
직원 80명뿐인 유튜브 합류하기도
페북의 와츠앱 인수 보고 기회 읽어
데이터 수익화 못하는 기업에 초점
머신러닝 기반 광고 플랫폼사 차려
몰로코, 韓사업자 첫 유니콘 등극
구글 같은 빅테크도 무한 실험
끊임없는 혁신, 실리콘밸리 원동력
난제 해결하는 것이 테크기업 숙명
▷경력이 화려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을 것 같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아요. 제 인생은 시쳇말로 삽질의 연속이었어요. 지금이야 AI가 많이 알려졌지만 제가 AI를 공부하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은 세계적으로 ‘AI 빙하기’가 덮친 시절이에요.”
▷그래도 유튜브는 대단하지 않았습니까.
“아닙니다. 구글 유튜브팀에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모두 말렸어요. 2008년 무렵이었는데 유튜브팀 직원이 고작 80명 남짓이었어요. 이후 2010년께 안드로이드팀으로 옮겼는데 그때도 신설팀 직원이 50여 명뿐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모바일 광고 시장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유튜브팀에 가서 보니 제가 공부하던 컴퓨터비전 기술과 AI 프로세서 설계 경험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때마침 유튜브가 급성장하면서 데이터의 힘을 볼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걸 보며 새로 창출될 데이터 양과 다양성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창업 환경은 어떻습니까.
“조직이 커지면 관성이 생기기 마련인데 구글, 아마존 같은 실리콘밸리 빅테크는 그걸 깨려고 노력합니다. 밖에서 봤을 때 엄청나게 큰 조직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작은 팀 단위로 다양한 실험을 반복합니다. 유연함이 혁신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거죠.”
▷여전히 스타트업 정신이 살아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찾아 꾸준히 풀려고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프로그래밍의 본질도 결국 문제 해결이잖아요. 문제를 발견하고 그걸 기술로 푸는 게 테크기업의 숙명이라고 봅니다.”
▷그래도 구글을 박차고 나오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기업마다 데이터는 넘치는데 수익화하지 못하는 기업이 태반이더라고요. 2014년 친구와 경기 판교 카페에서 ‘와츠앱이 19억달러에 인수됐다’는 뉴스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데이터를 가지고도 수익화 등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구나.’ 이게 몰로코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도전 정신이 중요하군요.
“맞아요. 저희가 초기에 집중한 점은 기술 트렌드를 정확히 읽는 것이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구글 같은 빅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계 디지털 사용 시간의 3분의 1에 불과하더라고요. 다시 말해 나머지 3분의 2는 여전히 수익화되지 않은 미개척 시장이었던 거죠. 저희는 이제 막 시장의 일부분을 ‘언록’(unlock)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증명한 건 ‘몰로코 모델이 작동한다’는 사실이고, 앞으로 공략해야 할 시장은 훨씬 크다고 봅니다.”
▷AI에 처음 관심을 기울인 계기가 있습니까.
“대학 시절 교수님들이 ‘AI 하면 굶는다’고 하셨어요. 유튜브 광고팀 경험이 인생을 바꿔놨어요. 영상이 매일 수십만 개씩 쏟아지는데 사람이 일일이 광고를 붙일 수 없었죠. 그래서 교과서에서 배운 머신러닝과 부전공인 경제학 지식을 섞어 솔루션을 제안했습니다. 처음엔 무시당했지만 결과는 놀라웠어요. 광고 수익률이 50% 이상 올랐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AI는 학문이 아니라 서비스의 생존을 좌우하는 기술이라는 걸요.”
▷몰로코를 한국에서 창업했다면 성공했을까요.
“글쎄요. 장담하지 못하겠네요. 한국은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개방성이 굉장히 낮다고 생각합니다. 실리콘밸리를 실리콘밸리로 만든 것도 바로 그 부분이에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이건 해보자, 실험해보자’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오픈AI 사례처럼 한 번 티핑포인트를 넘으면 시장 전체가 빠르게 반응하죠.”
▷보상 체계 얘기를 많이 합니다.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창업 초기 중국을 방문했을 때 알리바바가 상장하자 항저우 집값이 요동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수많은 엔지니어가 실제로 부자가 됐다는 뜻이죠.”
▷환경 차이가 크군요.
“젊은 엔지니어가 느끼는 어려움은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미국 기업은 매우 적극적이거든요. 스탠퍼드대 같은 미국 대학도 전공 간 이동이나 학제 융합이 훨씬 자유롭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안정적 선택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공대 선택이 어렵지는 않았습니까.
“비하인드를 얘기하자면 저희 아버지가 의사예요. 제가 과학고에 간다고 했을 때 가족 회의가 열렸어요(웃음). 다들 의대에 진학하라고 하셨죠. 지금이야 컴퓨터공학이 인기가 있지만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컴공 위기’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죠. 그런데 미국에 와보니 왜 한국 이공계가 위기인지 알겠더라고요.”
▷왜 공대를 선택하셨습니까.
“문제를 만들고 푸는 게 즐거웠고, 무엇보다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렸죠. 공학의 매력은 ‘세상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힘’에 있거든요. 예전엔 공학이 과학의 단순한 응용이라고 여겼는데 전혀 아니더군요. 비행기를 띄우고, 반도체와 화학공정으로 인류 삶을 바꾼 분야가 다 공학이죠. 기술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대규모로 확장해 모두가 쓰게 하는 힘. 그게 공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미국은 대학 밖에서도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는 데 비해 한국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기술을 실제 창업과 연결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실전형 교육이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희망이 있을까요.
“앞으로 충분히 나아질 거라고 봅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새로운 분야가 생기고 있잖아요. 이런 문제를 풀어보려는 시도가 많아진다면 한국 공대의 미래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투자업계에서 한인 창업자에 대한 인식이 좀 달라졌습니까.
“가장 큰 변화는 우리 자신이에요. 예전엔 ‘우리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스스로 했는데, 이제는 그런 주저함이 거의 사라진 거죠. 미국 투자업계 시선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몰로코에서 얻은 이익을 실리콘밸리에 도전하는 한국 스타트업에 재투자하겠다는 분이 꽤 많습니다.”
▷공대 출신 CEO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엔지니어에게 공감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여깁니다. 기술은 언제든 실패할 수 있습니다. 팀원과 함께 좌절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공학을 공부하면 트렌드를 구조적으로 볼 수 있어요. 반도체가 소모 전력량은 낮추면서 성능을 높였듯이 기술은 항상 트레이드오프를 줄이며 발전합니다. 저희가 AI 광고 추천 알고리즘 시장을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죠.”
▷한국의 후학을 위해 조언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저는 공학이 지닌 ‘선구자 정신’에 매료됐습니다. 세상에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분야니까요. 공학은 그 자체로 ‘유니버설 랭귀지’라는 것도 잊지 말길 바랍니다. 실력 있는 엔지니어는 어디에서든 통하거든요.”
■ 안익진 공동창업자는…
△1979년 대구 출생
△1997년 대구 과학고 졸업
△2004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200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석사
△2008년 UC샌디에이고 박사 수료
△2008~2012년 구글 유튜브팀 엔지니어·안드로이드 데이터팀 기술책임자
△2013년 몰로코 공동창업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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