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테헤란의 '탱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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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톈안먼 사태 하면 곧바로 연상되는 장면이 ‘탱크맨’이다. 흰 셔츠, 검은 바지 차림의 한 젊은 남성이 베이징 창안대로 한가운데서 탱크 행렬을 가로막고 있는 사진이다.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장의 사진’ 중 하나다. 톈안먼 광장이 멀리 내려다보이는 한 호텔 발코니에서 촬영한 프리랜서 사진기자 찰리 콜은 필름 롤을 비닐봉지에 담아 변기 물탱크에 숨겨 공안의 압류를 피했다. 사진 속 남성의 신원과 생사는 여태껏 확인되지 않고 있다.
프라하의 봄과 톈안먼 사태 때 탱크맨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이번엔 이란에서 연출됐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 속에 수도 테헤란에서 한 남성이 도로 복판에 웅크리고 앉아 진압 경찰의 오토바이 행렬을 막고 있는 모습이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요인은 살인적 환율·물가 폭등이다. 이란 리알화 가치는 달러당 140만리알 수준으로, 2015년 미국 등 서방과 핵 합의 당시 3만2000리알에 비해 10년 새 4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지난해 이스라엘 전쟁 여파까지 겹쳐 물가 상승률이 40%를 넘는다.
이란은 세계 유일의 이슬람 신정 국가다. 이 독재 신정 체제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거하겠다며 핵 개발에 올인한 대가로 경제가 결딴난 상태다. 미국 제재로 1150억달러 외환보유액 중 90%는 접근 불가능하다. 원유 매장량 세계 3위의 산유국이면서도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하루 새 휘발유 가격을 50% 기습 인상했는데,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경찰이 실탄을 발사해 수백 명이 사망한 일도 있었다. 이란은 지금 상인들이 우유 한 팩도 달러로 가격을 책정해 팔고 있다고 한다. 교조적 독재 정권의 실정 탓에 애먼 국민들만 신음하고 있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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