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투기 움직임 수수방관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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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인터뷰
"환율, 이렇게 올라갈 이유 없어"
"환율, 이렇게 올라갈 이유 없어"
하 수석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외환시장이)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리면 국민경제에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권에서는 하 수석의 발언이 외환 투기 세력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1470원대 수준인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우리 경제 펀더멘털을 보면 이렇게 올라갈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며 “(달러) 수요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원화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 세력을 누구로 인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누가 얼마 했다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움직임이 시장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연말 들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선물환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과 관련해서는 “시장이 실망하지 않는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원·달러, 과도한 쏠림…고환율 지속땐 대미 투자 속도조절"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환투기 세력'에 경고 메시지
▷최근 1470원대 원·달러 환율 수준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우리 경제 펀더멘털 등을 보면 이렇게까지 올라갈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과도한 쏠림 현상입니다. 11월 이후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어떤 사건이 도화선이 됐나요.
“10월 하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하면서 ‘아베노믹스’(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 재정과 완화적 통화정책)가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 커졌죠. 이에 엔화가 약세가 되면서 원화도 동조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타결된 20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 협상 결과도 영향을 미쳤죠. 여기에 여러 가지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쪽으로 베팅하는 투기적 움직임이 강해진 것 같습니다.”
▷원화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 세력이 있다고 봅니까.
“정확히 누가, 얼마나 했다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원화 약세 심리를) 부추기는 사람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벌어보자’ 이런 사람들이죠. 불법은 아닙니다만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 투자자에게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더 커지면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거시경제적 리스크가 되기도 하죠.”
▷내년엔 쏠림이 해소될까요.
“글로벌 기관들은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런 전망을 종합해보면 지금 환율 수준은 약간 과도하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개인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까.
“개인투자자들이 잘 판단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의 의지는 오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어떤 의지를 말하는 건가요.
“‘정부가 시장의 과도한 쏠림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손을 놓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부가) 아무것도 못 한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일 수 있습니다.”
▷최근 기재부, 한은이 잇달아 외환시장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환율이 진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엄포 아닙니까.
“(웃으며) 엄포인지 아닌지는 지켜보면 알지 않을까요.”
▷사실 환율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건 대미 협상이 타결된 10월 말쯤입니다.
“‘매년 200억달러가 해외로 나가면 달러가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를 보면 (투자를 위해선) 한국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도 원화가 절하되는 것을 좋아지지 않습니다. 달러가 절하돼야 관세정책도 효과를 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국 외환시장이 안정되는 게 양국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한·미가 의견을 같이합니다. 지금 같은 쏠림이 지속된다면 대미 투자의 시기와 속도를 미국 측과 논의할 수 있습니다.”
▷외환시장에 쏠림 우려가 있을 땐 정부가 대미 투자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있습니까.
“충분히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이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확장재정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잘못된 재정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겠죠. 그런데 올해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율은 2.1%로 예상됩니다. 목표치(2.0%)에 근접한 수치인 데다 미국보다 낮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재정을 활용해서 다양한 산업 도약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이런 것을 정확히 보면 평가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봐달라는 뜻이군요.
“투자할 때 좋은 자산과 나쁜 자산도 있겠지만, 얼마나 싸게 사느냐도 중요합니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도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해외 투자를 많이 하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지만 향후 보험료 지급을 위해 해외 자산을 매각할 땐 환율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환율이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이런 구조를 지금까지는 제대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정부와 한은,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의 새로운 구조를 짜기 위해 ‘뉴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수익률 평가 체계에 대해서도 지적합니다.
“운용 인력의 인센티브 체계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총재가 성과 평가를 ‘원화 기준으로 보느냐 달러 기준으로 보느냐’를 말씀하셨는데, 그런 면도 당연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국투자공사(KIC)는 이미 현지 통화로 수익률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국민연금을 보건복지부 산하에 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 대비를 위한 제도입니다. 복지부가 당연히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규모가 커지면서 국민연금이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됐습니다. 뉴프레임워크를 통해 다른 경제 부처와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장기 자산 배분 전략도 뉴프레임워크에서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굳이 배제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은
하준경 대통령실 성장경제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의 성장 공약을 만든 ‘경제 책사’다. 중도 성향 경제학자 출신으로, 기업가의 혁신을 강조한 조지프 슘페터의 성장론을 연구해 왔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20대 대선 때부터 이재명 캠프 경제 참모로 활동했다.
△1969년 전북 전주 출생
△서울 중앙고 졸업, 서울대 경제학과 학·석사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과장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 비상임이사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
좌동욱/한재영/김형규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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