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김영헌의 마중물] 미리 써보는 나의 퇴임사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김영헌의 마중물] 미리 써보는 나의 퇴임사

    연말이다. 회사에서 내년도 사업계획 수행을 통한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 개편과 일부 인사이동이 있는 시기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직의 성장과 함께 리더도 성장해야 한다. 리더로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 자신을 되돌아 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지방 수령인 목민관이 부임할 때의 자세와 물러날 때의 태도를 자세히 다루었다. 그 중 부임 편의 율기육조(律己六條)는 지도자가 스스로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언행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지켜야 할 여섯 가지 항목이다. 이는 지금 시대의 리더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덕목이다. 리더의 실패는 환경이나 여건의 문제라기 보다 리더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퇴임 관련 해관육조(解官六條)는 벼슬에서 물러날 때의 태도와 그 뒤에 남길 치적에 관한 여섯 가지 항목이다.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이 해관의 상황이다. 산에 오를 때 ‘내려갈 때‘를 생각해야 하듯 자리에 있을 때부터 떠날 때의 모습을 염두해 두고 살아야 한다. 다산은 벼슬자리는 언젠가 체임(遞任) 즉, 자리가 바뀌게 되는 날이 오게 마련이라고 했다. 그 때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담담히 물러난다면 오히려 백성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CEO 및 임원 코칭에서 새로 취임하거나 역할이 바뀐 분들에게 취임사도 중요하지만, 퇴임 후 어떻게 평가받고 싶은지 퇴임사를 써서 가지고 있고, 이를 주기적으로 다시 보면서 롤링도 하고 실천하기를 제안한다. 다음의 몇 가지 사례가 도움이 될 것이다. 각자 조직에서 업적과 공헌 부분 등은 제외하고, 자신과 조직이 원하는 모습 부분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A 임원의 미리 쓴 퇴임사 일부다. <저는 그간 30년간 업무를 하면서 제가 남겼던 흔적들을 후배님들이 보실 때 마다 세 가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첫째 직원들과 동고동락했던 사람이었다. 권한과 책임을 온전히 수행하고 직원들이 힘들 때 같이 공감하고 노력하며 고민했던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둘째, 조금은 까다로웠지만 같이 일해서 업무능력이 향상되었다. 저와 함께 했던 모든 일이 반드시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같이 일했더니 자연스럽게 업무능력이 올라갔다고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셋째는 80점짜리 선배였다. 마지막 20%는 후배님들이 채워서 100점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 오늘 이후 본인이 보이지 않아서 좋으실 분보다 안보여서 서운한 분이 많길 기원하며 자신은 또 다른 길을 가겠다고 했다. 평소 산업안전기사, 자산운용 등에 자격증도 준비하였고, 특히 방대한 독서를 통해 얻는 지식과 지혜를 조직 구성원들과 나누고,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휼륭한 리더라고 느껴졌다.

    B 임원의 사례다. <사랑하는 동료 여러분,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낯섦과 긴장, 함께 위기와 기회를 넘나들며 경험한 모든 순간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저는 조직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동료를 존중하며 신뢰를 쌓는 과정이 성과 그 자체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이제 저는 이 자리를 떠나지만, 세 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첫째, 본질을 바라보는 태도를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어떤 기술이 등장하든, 어떤 환경이 바뀌든 결국 핵심은 ‘왜 하는가?’, ‘무엇을 해결하기 위함인가?’라는 질문에 있습니다. 둘째 서로 존중하고, 열린 소통을 이어가는 문화를 계속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제가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은 문화 이었습니다. 셋째,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힘을 계속 키워가시길 바랍니다.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불완전한 시작 속에서 진짜 성장이 일어납니다.>

    이후 코칭 대화를 하면서 필자는 “본질을 바라보는 태도, 상호 존중과 열린 소통의 문화, 스스로 답을 찾는 진짜 성장“을 위해 직원들에게 현직 임원으로서 역할을 주문하였다. 코칭을 마치면서 한 그의 이야기이다. “코칭 전에는 막연한 이상향과 실천의 부재였다면, 코칭 후에는 객관적인 자기인식 기반의 실천가가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C 임원의 퇴임사는 리더로서 겪었던 아픈 부분으로 시작된다. 그는 한 때 “직원들의 행동과 말에 담긴 감정과 상황을 보지 못했다”고 반성을 하며, 그것이 그 후 조직 생활에 가장 값진 성장의 기회를 주었다고 했다. 그 후 직원들과 신뢰를 쌓은 후 후배 리더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하였다. 자기 반성부터 시작하는 리더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첫째 방어적 루틴을 깨십시오. 자신의 실수와 한계를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주고 신뢰를 쌓는 최고의 리더십입니다. 둘째, 질책이 아닌 질문을 하십시오. ‘뭘 생각하고 이렇게 했느냐’ 대신 ‘이 결과물에서 우리가 함께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하며 성장을 지원해야 합니다. 셋째, 심장으로 경청하십시오. 판단, 조언을 잠시 보류하고 직원들의 말과 감정을 ’심장기반‘으로 먼저 경청해 주십시오.> 그는 ’이 조직이 계속해서 함께 성장하는 곳’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 하면서, 자신은 직원들의 강력한 외부의 성장 코치로 이 조직을 응원하겠다고 했다.

    자기를 제대로 아는 리더가 진짜 리더이다. 상기 세 가지 사례에서 무엇을 느꼈나? 나는 어떤 리더로 기억되고 싶은가? CEO나 임원 등 리더는 자신의 임기와 역할을 마치게 되는 날을 상정하고, 미리 퇴임사를 스스로 작성해 보자. 이 퇴임사는 리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자신의 성장과 성공을 연결하는 강력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리더십 연구의 구루인 워런 베니스는 “리더십이란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이다”라고 했는데, 미리 써보는 퇴임사 내용이 자신만의 리더십으로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각자의 퇴임사를 재임기간 동안 실천한다면 다산의 이야기처럼 담담히 물러날 수 있고 조직 구성원들의 존경을 받을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영헌 경영자 전문코치, 경희대 경영대학원 코칭사이언스 전공 주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김영헌의 마중물] 회사 보고 입사했지만, 상사 때문에 퇴사한다

      조직의 리더로서 현재의 직장이 자신에 얼마나 적합하다고 느끼는가? 얼마 전 A임원과 코칭 대화 시 질문을 했다. 그는 자신은 비교적 잘 맞아 임원까지 승진을 했고, 현재의 팀장이나 시니어는 자신과 비슷한 의견인데, ...

    2. 2

      [김영헌의 마중물] 젊은 세대와의 대화

      요즘 조직의 임원들과 코칭 대화를 하다 보면 젊은 세대와 소통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들을 이해하려 해도 도대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의 의견에 동참해 주길 바라...

    3. 3

      [김영헌의 마중물] Al시대의 경영

      바야흐로 인공지능(Al) 시대다. 인류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전환점이라고 불리우는 불의 발견에서 전기의 발명, 그리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이어 생성형 Al시대가 이미 열렸다. Al시대 경영(Managemen...

    ADVERTISEMENT

    ADVERTISEMENT